“경기둔화보다는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 국제유가가 우리 경제의 문제다. 고유가는 경기를 하락시키고, 물가는 끌어올리는 리스크로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에너지 기업들은 수요 증가에 맞춰 공급할 수 있는 생산·기반 시설에 충분한 투자를 해오지 않았다. 국제 고유가는 공급 문제 때문에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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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급등세에 따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경제를 지탱하는 미국에서조차, 고유가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고유가, 고물가, 고금리의 3중고와 투자 침체 및 고용감소라는 이중 악재를 만나 허둥대고 있다.
우리나라 곡물 수입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에서의 지진여파도, 직간접적으로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의 내부 환경을 우려해 곡물 수출을 중단하거나, 해당지역 지진피해 복구가 이어질 경우 원유는 물론 각종 원부자재가 쏠림 현상이 일어나 최악의 유가 및 원부자재 폭등도 우려된다. 지난 16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6개 은행대표들이 모인 금융협의회에서 고유가에 따른 경제 리스크를 언급했다.
올해 들어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기준으로 국제 유가는 30% 이상 올랐다. 우리 나라는 올해 초부터 달러 대비 원화 약세 현상이 지속돼 실질적으로 45%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배럴당 유가가 100달러를 넘을 것이다’는 말이 농담처럼 통했지만 지금은 200달러를 넘을 것이란 전망도 쏙쏙 들려온다.
올 초만해도 전문가들은 고유가가 미국의 금리인하에 따른 달러 약세현상의 부산물로 봤지만 보기 좋게 그 예측은 빗나갔다. 미국 연준(FRB)의 금리인하가 마무리 됐고 하반기 이후 금리인상이 예상됨에 따라 달러가 강세로 돌아섰지만 원유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준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14일 도이치뱅크가 싱가포르에서 주최한 투자설명회에서 고유가가 투기적 세력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 아닌 견조한 수요에 기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스펀의 말처럼 미국 연준의 4월 금리 인하 이후 원유 상품가격은 5% 이상 올랐고, 특히 난방유는 15% 이상 급등했다. CRB지수의 상승률이 3.2%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원유의 폭등세는 놀라운 수준이다.
이도한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원유 상승은 예상보다 견조한 미국경기, 비탄력적인 원유 공급 등 펀더멘털에 따른 요인이다”며 “이런 펀더멘털을 뒤집을 만한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