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인사 "연구개발·기술 인력 전진배치"

 지난 14일 실시된 삼성 인사에서는 ‘실적이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삼성 고유의 인사 원칙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여기에 신기술과 신수종 사업을 골자로 하는 미래 역점 사업과 해외 사업을 담당하는 승진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연구와 기술 분야의 승진 임원도 두드려져 눈길을 끌었다. 한마디로 새로운 삼성의 성장 기반을 위한 ‘선택과 집중’ 방식의 인사였다는 평가다.

 그러나 예년에 비해 승진 폭이 줄어든 점을 놓고 시각이 엇갈렸다. 삼성이 특검 이후 안정적인 그룹 운영을 위해 기존 임원을 퇴진시키는 대신 연임시켰다는 분석이 우세한 가운데 연말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 준비라는 견해도 나왔다.

 ◇연구·해외 인력 대거 수혈=삼성 승진 현황을 직위별로 보면 부사장 8명, 전무 52명, 상무 163명으로 총 223명이 낙점을 받았다. 지난해와 비교해 전무와 상무 승진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예상했던 대로 부사장 승진은 30명에서 8명으로 대폭 줄었다. 삼성은 또 상무보와 상무로 구분하던 직급도 폐지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그동안 임원 승진이 많았고 그로 인해 임원 인력이 넘쳐나던 삼성으로서는 특검을 계기로 비대해진 상무급 인사의 거취를 고민한 결과로 직급 통합의 해법을 찾았다는 해석이다.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기술 주도의 삼성답게 연구개발과 기술 부문 인력을 전진 배치했다. 연구 쪽 승진자는 전체 승진 임원 223명 가운데 88명으로 40%를 차지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해외 사업을 담당하는 임원도 크게 보강했다. 상무급 인원 163명 가운데 28명이 해외 사업을 담당하는 임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전체의 11%에서 17%로 늘어난 규모다.

 ◇삼성전자, 전무급 인력 대거 발탁=계열사별로는 삼성전자 승진자가 가장 많았다. 전자는 117명의 승진자를 냈다. 특히 부사장 승진에 역점을 두었던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전무 승진 규모를 크게 늘려 미래 경영자 후보군을 두텁게 확보했다.

 연구개발 인력의 승진도 많아 이들 인력이 전체 승진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2%(38명)에 달했다. 미주 등 기존 주력 시장은 물론이고 중국·중남미 등 신시장 영업 마케팅을 위해 해외 쪽 승진자도 많았다. 전체 승진 임원 117명 중에서 25명으로 그 비중은 지난해 19%에서 21%로 늘어났다.

 단위 사업별로는 정보통신이 15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디지털미디어, 반도체 14명으로 뒤를 이었다.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수상한 이건종 LCD총괄 상무를 상무 2년 차에서 바로 전무로 발탁하는 ‘깜짝 인사’도 있었다. 디자인 역량 강화를 위해 정국현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 조치했고 글로벌 마케팅실 브랜드전략팀장 심수옥 상무를 삼성전자의 첫 여성 고위 임원(전무)으로 승진 조치했다.

 ◇삼성SDI·삼성전기, 실적 인사 뚜렷=삼성SDI는 이번 임원인사에서 실적 성장이 두드러진 전지사업부의 성과를 그대로 반영했다. 전병복 전지사업부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2차전지 품질 불량과 사고율을 최소화한 공로로 조한철 품질혁신팀장을 상무로 발탁했다. 또 차세대 성장동력인 능동형(AM) 유기 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김헌수 수석을 상무로 진급시켜 AM OLED 분야의 기술 주도권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인 삼성코닝정밀유리도 이번 임원인사에서 승진 폭을 최소화했다. 연매출 규모가 2조원대를 넘어선 외형에 맞게 김동환 경영지원팀장을 전무로 발탁했다.

 삼성전기는 제조 현장을 누비며 성과를 올린 인물들이 대거 승진했다. 기판부문의 양 축인 HDI와 BGA의 제조를 맞고 있는 서정호 상무와 차동진 상무는 삼성전기가 세계적인 기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노승환 상무는 태국법인을 현지화 작업을 통해 성공한 해외 법인으로 육성한 것을 높이 평가받았다.

 ◇삼성테크윈, 깜짝 인사=삼성SDS는 박승안 정보기술연구소장(상무)이 전무로 승진했으며 김호 PDEM사업총괄, 한인철 아키텍처센터장, 조항기 공공부문 개발 PM 3인이 상무로 승진했다. 승진 폭은 작았지만 대부분 연구 분야의 승진이 두드러졌다.

 삼성테크윈은 개발·생산·경영·관리 등 전 사업 분야 걸쳐 10명을 승진시켰다.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수상한 진병욱 수석을 상무로 발탁하는 깜짝 인사도 단행했다. 진 상무는 삼성 디지털카메라의 디자인 아이덴티티 구축과 프리미엄 제품 개발로써 디지털 카메라 판매 성장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 밖에 삼성네트웍스도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유상섭 솔루션 사업부장(상무)을 전무로, 신동경 텔레포니사업부장(부장)을 상무로 각각 승진시켰다. 삼성네트웍스 측은 “솔루션과 인터넷 전화 등 신성장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고 설명했다.

 강병준기자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