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6세대 LCD 패널 신규 라인을 구축키로 한 것은 노트북, 모니터 등 IT용 패널 시장이 계속 호황인데다 베이징올림픽 특수를 타고 TV용 패널 수요 증가도 예상되는 상황에서 생산 능력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5.5세대 투자 포기에 대한 책임론을 만회하려는 시도로 해석하는 시각도 일부 있으나 LG디스플레이는 당시로선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대규모 IT 패널 투자=LG디스플레이가 구미에 1조원을 투자해 구축할 신규 라인은 현 P6라인과 동일한 6세대 ‘1500×1850㎜’ 규격으로 노트북·모니터 등 IT용 패널 전용 생산라인이다. 신규 라인의 생산능력은 월 6만장으로 P6 라인과 함치면 월 23만장 규모로 늘어난다. LG디스플레이는 내년 2분기 양산 계획을 밝혔지만 내부에선 내년초 양산이 목표다. 8세대 라인 양산 가동 시점과 맞물리는 셈이다.
LG디스플레이는 또다른 6세대 신규 투자를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IT용 패널 시장에 한층 공격적으로 대응하려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6세대 신규 투자를 최종 승인하고, 이르면 하반기부터 장비를 반입할 예정이다.
◇두마리 토끼 놓칠수 없어=투자 결정은 내년 이후 낙관적인 시황에서 비롯됐다. 신규 투자 없이 더이상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가 7·8세대 라인에서 대규모 TV용 패널 양산 능력을 보유한 것과 달리 LG디스플레이로선 7세대 라인을 풀가동해도 TV용 패널 수요에 대응하기 힘든 실정이다. 지난해말 대만 패널 업체인 한스타 지분 매입을 통해 일부 공급물량을 확보했지만 이 정도론 역부족이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지난해 이후 7세대이하 라인도 꾸준히 보강 투자를 단행해왔지만, LG디스플레이는 기존 라인의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이른바 ‘맥스캐파’ 활동만으론 한계가 있었다. 내년초 8세대 라인을 가동하더라도 TV 패널 공급여력을 확대하고 IT용 패널 수요에도 적극 맞추기 위해 6세대 신규 라인 투자가 불가피했던 셈이다. 안현승 디스플레이서치코리아 사장은 “시황이 좋을 것이라는 전망을 전제로 단기간에 IT와 TV용 패널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6세대 신규 투자외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과 1년만에 투자포기 철회=결국 권영수 사장 취임후 포기했던 5.5세대 투자를 1년반만에 뒤집었다. 권 사장은 올초까지만 해도 “8세대 투자에 집중할 뿐 5.5세대 투자는 없다”고 공언했다. ‘의사결정을 번복했다’는 외부 비판을 감수할 정도로 사정이 급했던 셈이다.
몇달만에 번복한 결정으로 혼선을 야기한다는 시각에 대해 이 회사 관계자는 “작년초 5.5세대와 8세대 투자를 병행했으면 더할 나위없이 좋은 상황이 올 수 있었겠지만 1년만에 시황이 돌변할지 예측할 수 없었고, 당시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던 상황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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