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LCD 장비 역차별 심각

 세계 최대 반도체·LCD 생산국인 우리나라에서 외산 장비업체들이 독보적인 이익률을 기록하며 호황을 구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LCD 업체들의 설비투자에 따라 실적 부침이 극심하고 저조한 이익률에 시달리는 국내 장비업체들과는 대조적이다. 비록 해외 장비업체들이 기술력으로 고부가가치 핵심 장비시장을 선점하기도 했지만 삼성전자 등 수요 기업이 유독 국내 장비업체들을 홀대하는 이유도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진출한 해외 주요 반도체·LCD 장비업체들은 설비투자가 극히 위축됐던 지난해에도 두 자릿수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에 플라즈마화학증착장비(PECVD)·스퍼터 등을 공급 중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코리아(지사장 곽병호·이명훈)는 매출액 2398억원에 영업이익 878억원을 달성, 무려 35%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률도 25%를 상회해 외산 장비업체 가운데 최고 수준이었다.

 노광장비 전문업체인 에이에스엠엘코리아(대표 임인상)도 지난해 1596억원의 매출에 229억원의 영업이익으로 14.3%의 이익률을 기록했다. 이밖에 후공정 전문업체들인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머크어드밴스트테크놀러지스·에이에스코리아 등도 모두 10%대의 영업이익율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 설비투자 급감에도 불구하고 실적 성장을 이어갔다.

 해외 장비업체들의 화려한 성적표와 달리 국내 장비업체들은 몇몇 회사를 제외하면 지난해 극히 저조한 실적에 그쳤다. 대표 장비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대표 황철주)과 설비 및 장비 전문업체인 에스에프에이(대표 신은선)가 14%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정도다. 순수 장비업체로 최대 규모인 세메스나 디스플레이 장비 분야 선두업체인 디엠에스조차 제조업의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5% 이하의 영업이익률에 그쳤다.

 이처럼 엇갈린 실적은 무엇보다 핵심 원천기술을 해외 장비업체들이 선점한 배경이 크다. 염근영 성균관대 교수는 “국내 장비업체 대부분이 당장 눈앞의 프로젝트에만 매달릴 뿐 진정한 의미의 장기적인 연구개발에 힘을 쏟는 곳은 드물다”면서 “때문에 기술장벽이 낮은 분야에서 서로 과당경쟁을 하는 요인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등 국내 수요기업의 역차별적인 관행도 국내 장비업체들의 어려움을 부채질한다는 지적이다.

 한 국산 장비업체 대표는 “스퍼터·노광기 등 핵심 장비를 제외하면 상당수 국산장비가 나왔지만 여전히 수요 기업들이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해외 업체들에 독점 공급 기회를 줌으로써 오히려 비싼 납품 대가를 치르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