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제조 산업으로 대변되던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가 ‘구로 디지털단지’를 모델로 변화를 꿈꾸고 있다.
‘이대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것이 구조개혁을 준비 중인 한국산업단지공단 경인지역본부(본부장 조관석)의 진단이다.
남동 IC에서 빠져 나가자마자 6차선 중앙로가 바로 연결되는 남동산단은 지난 85년부터 97년까지 총 957만㎡의 부지가 공단으로 조성됐다. 당시만 해도 수도권의 환경오염을 해결하기 위한 대체단지로 조성돼 ‘한강의 기적’을 일구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입주업체의 포화, 기반시설의 노후화 등으로 산업단지로서의 경쟁력이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는 것이 경인지역본부의 고민이다.
◇현황을 통해 본 문제점=설립 당시 계상한 입주업체 수는 2000여개지만 지난 3월 기준으로 4413개 업체가 이곳에 입주해 있다. 예상 외의 입주기업 증가로 도로나 주차문제, 물류시설난 등이 자연 심각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실제로 지난 16일 남동공단을 찾았을 때도 남동IC에 인접해 있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공단 내 곳곳이 이중주차로 심각한 교통상황이 연출됐다.
이와 함께 수도권 규제 방침에 따라 대기업 입주가 차단되며 기업규모 20인 미만의 영세업체가 전체의 75%나 된다. 오래된 기반 시설의 노후화와 함께 송도 등 인근 지역의 개발에 밀려 남동이 개발의 사각지대로 전락할 우려를 안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제 경쟁력을 찾아라=서해안 고속도로와 제2경인 고속도로,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가 남동산단을 통과하고, 배후에 인천항과 국제공항을 둔 교통 요충지라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특히 송도신도시와 연계해 연구개발 및 지역 대학과의 협업체계 구축이 용이한 것도 남동공단의 잠재 경쟁력이다. 향후 부품소재 전문단지로의 발돋움 가능성을 보이는 이유다.
기계·전기전자 업종이 70%가량 되며 자동차 업계와 관련 있는 기업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도 이곳만의 장점이다.
이와 함께 수도권 내 성장관리권역으로 대규모 택지개발 지구를 배후에 두고 있어 언제든 인력 수급이 용이한 소기업 창업의 출발지가 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는 점도 경쟁력의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이를 배경으로 국가산단 경인지역본부는 구조고도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유망산업 및 전략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연구개발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지원시설을 정비, 확충한다는 복안을 세워두고 있는 것.
경인지역본부 측은 클러스터 추가단지 선정으로 기술혁신 및 정보습득 등에 애로를 겪고 있는 영세 중소기업의 수혜의 폭을 넓혀 가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무슨 사업하나=경인지역본부는 올해 남동산단의 구조고도화 방안과 관련해 실현 가능한 사업의 우선순위부터 정해 실시계획을 마련한 뒤 정부 측에 관리기본계획(지역별 유망사업 및 전략사업 지정 유치) 변경을 신청할 방침이다.
기반시설 및 복지확충, 친환경단지 조성을 위한 기반 구축 등에 정부 지원이 필수라는 판단에 따라 세부시행계획을 만들어 정부와 협의해 나갈 방침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 대표적인 사례로 추진 중인 폐기물 처리부지의 용도변경이 확정되면 입주기업들의 물류 공동화를 지원하는 공동물류센터와 기술 개발을 지원할 종합 R&D 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이 밖에 자동차 부품, 산업기계부품, 정보산업부품, 생산기반부품 등 총 4개의 미니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산·학·연·관이 연계된 부가가치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업체소개/중원정밀
남동공단의 대표적인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 중원정밀(대표 윤관원 www.jwpre.com)은 GM 등이 주 고객이다.
매출액의 90% 이상을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20억원, 올해는 200억원대를 바라본다.
윤 대표는 “5년 뒤인 2013년께는 1000억원대 매출 달성이 목표”라며 “최근에는 사업 다변화를 통해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0년 중원화학으로 출발해 96년 중원정밀로 사업체 이름을 바꾸면서 98년 대우자동차 부품 공급업체로 등록했다. 이때부터 중원정밀의 도약이 시작된 셈이다.
주력 품목은 에어 아웃렛, 오버헤드 콘솔, 가니시 몰딩, 텐더 라이너, 범퍼 블래킷 등 수십종 수백품목이다. 이를 위한 사출기만 수십∼1600톤까지 27종이나 구비하고 있다. 모두 자동화돼 있고, 이달 말 8대를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자동차 관련 플라스틱 사출 성형이 전문이다 보니 GM을 비롯한 GM대우·오펠·현대차·기아차·머큐리마린·동양메카트로닉스 등이 주요 고객이다.
최근에는 무빙파트에 중점을 두고 IT와 결합한 기능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력 아이템을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려 하고 있는 것. 자동차에 들어가는 오버헤드 콘솔과 에어 아웃렛, 선글라스 홀더 개발 등도 그래서 시작했다.
중원정밀은 GM으로부터 신규 차종에 대한 물량 주문을 이미 받아 놓아 공장신축 및 설비 투자를 과감하게 늘리고 있다. 이미 투자액의 80% 이상 주문을 확보한 상황이다. 코스닥 상장은 2010년께로 예상하고 있다.
윤 사장은 “평당 500만∼600만원씩이나 하는 공장 용지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라며 “2000평 정도 필요한데 용지에 100억원이나 쏟아붓고는 경영자체가 안 되기 때문에 지역으로 옮길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체에 부지를 국가가 임대방식으로 운영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며 “사업을 그만두게 되면 부지를 모두 반납받는 식으로 운영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조관석
“남동산단은 구조 고도화가 관건입니다. 이를 위해 현재 지식기반 산업과 제조산업이 적절히 섞인 형태로 구조를 바꾸려는 작업을 추진 중입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경인지역본부 조관석 본부장이 남동산단의 실태를 나름대로 분석해 내놓은 올해 사업 방향이다.
조 본부장은 “이제 더 이상 용지를 구할 수 없는 포화상태는 맞지만 그렇다고 4500여업체가 입주해 있는 남동산단이 이 자리에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며 대안 모색의 시급함을 강조했다.
“공항과 항만, 서울 등 지리적인 위치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유리합니다. 고급인력 및 중소기업 인력 구하기도 서울과 가까워 쉽고, 기업을 지원하는 기관들이 주변에 밀집해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 가운데 하나입니다.”
남동 산단이 경쟁력을 갖춘 ‘지식+부품’업체 육성을 선언하고 나선 배경이다.
조 본부장은 “송도나 청라지구 등 다른 곳에 비해 성장 잠재력이 월등하다”며 “그런 면에서 보면 미래성장 동력이 서울지역보다 더 클 것”이라고 언급했다. 나름대로 자신 있다는 태도다.
“다른 시도야 인구가 줄어 고민을 하고 있는지 몰라도 인천은우 3년 전 250만명이던 인구가 현재 272만명으로 늘었습니다. 그만큼 커가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조 본부장은 남동산단의 문제점도 잘 알고 있다.
“원자재값 인상과 고유가, 대기업과의 관계 등은 이미 알려진 사실 들입니다. 오죽했으면 중소기업 하도급업체들이 정부기관보다 대기업을 더 무서워하겠습니까.”
조 본부장은 나름대로 타개책도 내놨다. 기업의 시장 다변화와 세계시장 진출 모색이다.
“올해부터 해외 시장 개척단에 시동을 걸 계획입니다. 지역별로 특성에 맞는 주력 기업으로 개척단을 구성해 시장을 뚫도록 할 계획입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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