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식품 등 연관 분야로만 응용되던 바이오 기술이 전방위로 확대됐다. 나노 역시 기존 소재 분야를 탈피, 적용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융합 흐름를 따른 것으로 앞으로 다양한 나노 및 바이오 응용 기술의 탄생을 예고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유전자 조작기술 개발 이후 제약과 식품·농업 분야에 머물러온 바이오 기술은 최근 에너지를 비롯해 환경, 화학, 전자산업 분야로 2차 확산됐다.
실제로 곡물을 발효시켜 만든 바이오 에탄올 휘발유의 세계시장 규모는 지난 2004년 대비 2.5배 성장한 290억달러 수준으로 커졌다. 국내에서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최근 우뭇가사리의 섬유소를 80% 이상 당분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따라서 우뭇가사리의 에탄올 생산수율을 기존 옥수수 대비 10∼15%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환경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이 분야에 대한 바이오 기술의 접목도 눈에 띈다. 최근 서해 기름유출 사태를 계기로 한국해양연구원은 석유에 포함된 발암성·돌연변이성 물질을 미생물로 빠르게 분해시키는 기술을 지난 3월 민간에 이전했다.
바이오와 전기·전자의 접목도 활발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최근 미국 MIT대학과 공동으로 ‘M13’이라는 바이러스 유전자를 조작, 기존보다 2배의 전기저항 용량을 갖는 ‘코발트전극 리튬이온전지’를 개발했다. 이 전지는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상온제조가 가능, 제조비용을 크게 절감시킬 수 있다.
나노기술은 ‘생체모방 기술’에 응용되면서 실용화 단계를 앞뒀다. 이 가운데 게코도마뱀의 놀라운 접지력에서 힌트를 얻어 개발 중인 생체모방 기술에는 다중벽 탄소나노튜브(CNT)가 사용된다. 이를 통해 게코도마뱀 발바닥 섬모의 마이크로/나노 이중구조와 유사한 형태의 인공 접착표면을 제조해내는 것이다. 스파이더맨의 탄생도 먼 미래의 공상이 아니다.
나노 기술이 직접 바이오와 버무려지는 사례도 많다. 시노펙스는 단위면적 1㎡당 4∼5톤의 물을 정수할 수 있는 고유량 나노복합분리막을 최근 한국화학연구원과 공동 개발했다. 이 밖에 나노CT조영제, 나노섬유, 임플란트의 나노 표면처리 등도 모두 바이오와 나노가 융합된 결과다.
고유상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IT도 도입 초기에는 전자·통신에만 응용이 국한됐지만 이후 교통·헬스케어·안보·사회인프라 등 산업과 사회 전분야로 확산됐다”며 “바이오와 나노 역시 영역 파괴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경동기자 nin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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