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관계면 어떠랴. 뭉쳐야 산다.’
세계 유수의 자동자 업체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고 있다. 살기 위해 뭉치자는 ‘듀엣 포 원(Duet for One)’ 전략은 급기야 지난 70년간 앙숙관계이던 BMW와 벤츠도 손잡게 했다.
유럽과 일본의 자동차 업체들이 불황타개와 시장지배력 강화 차원에서 자동차 부품 및 모듈을 공유하거나 해외에 자동차 생산공장을 공동으로 설립키로 하는 등 파격적인 제휴에 나서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과 일본 언론들이 20일 보도했다.
1930년대 이래 역사적으로 뿌리 깊은 적대관계를 유지해 오던 BMW와 다임러의 메르세데스 벤츠는 자동차 개발, 생산, 부품구매 등 전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로 하고 구체 방안을 마련 중이다.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세계 자동차 업계의 시장경쟁은 물론 최근 자동차용 강판 가격 급등과 같은 원자재 인상, 각국의 환경규제 강화 등에 따른 시장불안 요소를 함께 타개해 나가자는 취지에서다. 특히 이들 두 회사는 그동안 강세를 보여온 고급자동차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통한 이익 극대화에 어느 정도 의견일치를 봤다. 우선 고급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분야에서 생산라인과 부품모듈을 공유하면서 기술협력과 비용절감 방안을 찾기로 했다. 자동차 신모델 개발 및 엔진개발, 부품모듈 생산 등의 분야에서도 프로젝트별 협력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두 회사간 제휴엔 2006년 9월 부임 이후 다른 자동차 회사와의 협력강화를 강조해온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BMW CEO가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임러 벤츠와 크라이슬러의 합병 이후 CEO가 된 디터 제체 사장 역시 그동안 유럽내 제휴선을 물색해왔다.
19일 오후 일본의 미쓰비시자동차도 프랑스 푸조·시트로엥그룹(PSA)과의 합작을 선언했다. 두 회사는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카르가주에 승용차 조립공장을 세워 2011년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연간 최대 16만대의 중형 SUV를 생산해 미쓰비시, 푸조, 시트로엥 등의 3개 브랜드로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 시판한다.
러시아 공장 설립엔 PSA가 자본 절반 이상을 출자할 계획이다. 미쓰비스자동차는 지난해 러시아에서 자동차 10만7000대 가량을 팔아 2006년에 비해 비율로는 54%나 늘어난 바 있다.
최정훈기자 jh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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