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강국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한 일본의 공세가 강화되고 있다. 세계 반도체 시장 4위 업체이자 일본 반도체 1위 업체인 도시바가 규모의 경제 효과를 거두기 위해 후지쯔와 제휴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요미우리신문은 도시바와 후지쯔가 자본투자 방식의 전략적 제휴를 진행 중이며, 올 가을 최종 합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21일 보도했다.
이번 제휴가 성사될 경우 도시바는 세계 3위 업체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와 자리바꿈은 물론 2위인 삼성전자를 턱밑에서 추격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통합=제휴 내용은 도시바가 후지쯔의 반도체 자회사인 후지쯔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자본 및 사업 전방위 협력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도시바가 후지쯔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에 과반 출자하는 방안이 유력시 되고 있어 사실상 두 회사의 반도체 사업 통합이나 다름없다.
도시바의 핵심 관계자도 “후지쯔 측의 제안으로 두 회사가 제휴 관련 교섭을 진행 중”이라고 밝혀 제휴 협상이 진행되고 있음을 인정했다.
협상안은 도시바가 지난 3월 후지쯔에서 분사된 후지쯔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주식 절반 이상을 인수하고, 부가가치가 높고 시장성이 뛰어난 차세대 반도체 개발 및 제조공장 설립 등이 골자다.
지난해 도시바의 반도체부문 매출은 약 1조4000억엔(약 14조2223억원)으로,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플래시메모리에 집중돼 있다. 후지쯔의 반도체 사업은 휴대폰, PC, 디지털가전, 자동차 등 4대 분야에 사용되는 시스템LSI가 주력으로, 연 매출은 5000억엔(약 5조800억원) 수준이다. 두 회사가 통합될 경우 단순 수치상으로 연매출 규모는 1조9000엔(약 19조3015억원) 규모에 이르러 인텔(약 35조6845억원), 삼성전자(약 20조6690억원)의 뒤를 잇는 3위 업체가 될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위협적인 상대로 급부상하게 된다.
◇예견된 통합=이번 제휴는 충분히 예견 가능했던 일이다. 지난 3월 후지쯔 반도체사업부문이 떨어져 나와 법인으로 설립된 후지쯔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취임직후 사임한 오노 토시히코 사장에 이어 반도체 비전문가인 오카다청 모토이 신임사장으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향후 기업비전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확실한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타 업체와 전략적 제휴가 필요하다고 지적됐고, 이에 대해 오카다청 신임사장은 올해 안에 영향력 있는 제휴선을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도시바 입장에서도 후지쯔와의 추가 제휴가 필요했다. 차세대 반도체 공동개발을 목표로 지난해 도시바, 후지쯔, NEC의 자회사 NEC일렉트로닉스 등 3사가 제휴를 맺었으나 후지쯔가 반도체사업부 분리로 합의체에서 이탈하면서 목표의 실현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번 제휴 추진은 목표달성 가능성의 불을 다시 지핀 셈이다. 여기에 미세기술과 더불어 생산량 면에서 삼성전자를 추월하기 위해 내년 양산 가능한 메모리 신공장을 설립하고 있는 도시바로선 이번 제휴가 선택이 아닌 필수로 해석된다.
최정훈기자 jh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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