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SID 2008`서 디스플레이 첨단기술 뽐낸다

 2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2008’에 참가한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 국내업체들이 자체 부스를 마련하고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품과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다.
2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2008’에 참가한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 국내업체들이 자체 부스를 마련하고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품과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다.

‘질주하는 한국과 뒤쫓는 대만, 그리고 뒤처진 일본.’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 판도는 지난 18일(현지시각)부터 미국 로스엔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2008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학술대회 및 전시회’에도 어김없이 반영됐다.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삼성SDI 등 국내 업계가 첨단 기술을 총 망라해 선보인 가운데, 대만 패널 업체들도 만만찮은 기세를 올렸다. 디스플레이 종주국 일본의 업체들은 두 나라 기업에 확연히 밀려났다.

세계 3, 4위 LCD 패널업체인 대만 AUO와 CMO는 나란히 대규모 부스를 차려 올해 처음 전시회에 참가했다. 전시장 부스 위치도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바로 옆에 잡았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부스 규모도 꼭 같았다. 외형만큼은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와 같은 위상의 패널 회사로 착각할 정도다. 그러나 기술 수준은 역부족이었다.

우리나라 업체들은 완벽한 화질과 환경친화적인 제품으로 확실이 앞서갔다. LG디스플레이는 아모퍼스 실리콘(a-Si) 방식으로는 세계 최고의 해상도와 고휘도,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3인치 WVGA급 휴대폰용 LCD 패널과 15인치 OLED TV용 패널, 3차원(D) 디스플레이 제품들을 각각 선보였다. 특히 a-Si 방식의 LCD 패널은 기존 LCD 생산라인에서 곧바로 양산함으로써 원가 경쟁력을 높였으며, 균일한 화질을 자랑했다. 3D 디스플레이 패널도 무안경식 2.4인치 패널을 비롯, 자유롭게 2·3D로 전환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군을 갖췄다.

삼성전자는 16 대 9 화면비율(와이드)의 풀HD급 모니터 패널을 출품했다. 한 개 화면에 2개의 웹페이지를 각각 풀HD급으로 구현하는 세계 첫 LCD 패널이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그린TV용 패널은 24개까지 사용하던 램프 수를 14개로 줄여 동시에 소비전력도 종전보다 30%나 절감했다. 패널의 특정 지점만 빛을 공급하는 ‘로컬 디밍’ 기술을 구동하면 추가 20%까지 전력소모를 감소시킬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냉음극형광램프(CCFL)의 수은 함유량을 램프 한 개당 30%나 줄였다.

AUO는 65인치 디지털정보디스플레이(DID)용 풀HD 패널과 42인치 듀얼 사이드 LCD를 전면에 앞세웠고, 역시 전력소모를 종전보다 50% 가까이 줄인 46인치 풀HD 제품을 전시했다. CMO는 삼성전자가 82인치용 패널에 적용한 초고선명(UD)급 기술을 56인치 제품에 처음 구현해 선보였다. CMO의 자회사인 CMEL은 25인치 AM OLED 패널을 출품했지만 삼성SDI보다는 뒤진다.

우리 업체들은 학술대회에서도 우수논문 3편을 받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삼성SDI가 산화물 TFT 공법으로 개발한 12.1인치 AM OLED 패널기술과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a-Si TFT 방식 15.1인치 OLED 패널 및 ‘롤 프린팅’ 공법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대만업체들은 제품이나 기술 수준에서 질적으론 우리 업체에 비해 한두 단계씩 처지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업체에 버금가는 제품 라인업을 갖추는 등 양적인 성장을 보여줬다. 결코 만만히 봐선 안 된다는 게 이곳을 찾은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디스플레이 종주국인 일본은 한국·대만에 가려진 초라한 모습에 그쳤다. 일본을 대표하는 샤프는 64인치 UD급 LCD 패널을 출품한 정도였다.

◆눈에 띄는 제품들

‘디지털뷰’사는 DID용 원격 감시시스템을 개발해 처음 소개했다. 빛 센서를 통해 외부 밝기에 따라 화면을 조절할 수있는 솔루션이다. ‘듀폰’사는 세계적인 장비업체인 일본 ‘DSM’사와 제휴를 맺고 OLED 장비·재료 제품군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글로벌 라이팅 테크놀로지스’는 LED 두께 0.4㎜급의 초박형 LED 백라이트를, ‘유니픽셀’사는 차세대 컬러디스플레이기술로 주목받는 ‘다중 광학셔터’ 기술을, ‘버텍스 LCD’사는 초절전 TFT LCD 패널을 각각 선보이는 등 해외 전문업체들의 새로운 솔루션들도 눈길을 끌었다.

학술대회에는 국내 논문이 두드러졌다.

◆국내 첫 SID 재무위원 배출

우리나라가 처음 SID의 재무위원을 배출했다. 미국 애플에 근무하다 지난 2003년 삼성전자에 몸을 옮긴 미국계 브라이언 H 버클리 상무(52)가 주인공. 버클리 상무는 LCD 기술센터 소속으로 120㎐, 로컬 디밍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구동기술 개발의 주역이다. 그는 “SID 재무위원으로서 삼성전자가 전세계 디스플레이 기술 표준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갈 것”이라며 “현재 SID 측에서 한국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니인터뷰/LGD 하현회 부사장

  “광시야각이라는 IPS 기술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 중소형 LCD 패널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입니다.”

‘SID 2008’ 행사장에서 만난 LG디스플레이 하현회 부사장은 비록 TV나 IT 패널에 비해 시장규모는 작지만 중소형 LCD 시장이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당장 DMB·MP3·PMP는 물론이고 7인치급 카 내비게이션 시장도 무시못할 성장 잠재력을 기대했다. 그는 “최근 전자액자·전자책 등 미래형 시장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면서 “고객사들과 새로운 중소형 애플리케이션 시장을 개척하다보면 흥미진진함마저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세계 5위권내 휴대폰 메이커를 집중 공략할 생각이다. 지난해 모토로라와 막바지 공급협상까지 가고도, 결국 좌절된 것에 대한 아쉬움도 피력했다. 하 부사장은 “(노키아·모토로라·소니에릭슨 등) 메이저 휴대폰 업체를 뚫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면서 “당장은 아니어도 그리 오래지 않아 결실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폰 시장에는 모듈 사업과 단순 셀 공급을 병행하는 등 더욱 유연하게 대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고객 기반을 확고히 다지고 중소형사업 전반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하 부사장은 “당장 외형 확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면서 “진행중인 맥스캐파 활동을 더욱 고도화함해 중소형 라인의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높여갈 것”라고 말했다.

LA(미국)=서한기자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