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로 간 의사’는 올 봄 내내 정신없이 바빴다. 서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로 첫 강의를 시작했으며 의대에서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연구들을 진행하고 여러 콘퍼런스에 불려다니느라 3개월이나 생활한 연구실도 미처 정리하지 못했다. 지난 2월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안과 의사로 진료를 보다 서울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로 임용돼 화제를 낳았던 서종모 교수(38)는 “개강 직전까지 병원에서 진료를 보다 바로 수업 준비하고 강의를 시작해 방을 제대로 꾸밀 시간이 없었다”며 “연구계획서를 8개나 올리고 각각 진행하느라 정신없지만 하고 싶은 연구를 맘껏 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웃었다.
서 교수를 의대가 아닌 공대로 이끈 건 그의 ‘오래된 마음’이었다. 주변에서는 의대가 아닌 공대를 택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서 교수는 “원래 공대를 지망하기도 했었지만 의대에 오고 나서는 연구 의사가 되고 싶어서 안과를 택했는데, 현실적 문제들로 쉽지 않았다”며 “본과때부터 의공학에 관심이 많아 차근차근 준비해 왔고 연구와 임상을 함께 할 수 있는 곳에서 좀 더 연구에 매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만 해도 8가지나 된다. 임상의학연구소에서 함께 하고 있는 인공눈 만들기 프로젝트, 서울대 수의대 서강문 교수와 함께 하는 눈 먼 애완견을 위한 인공 눈 개발, 읽는 시력 검사가 아닌 깜박이는 것과 같은 안구의 생체신호를 이용해 객관적 시력검사를 하는 계측 및 진단 장비 제작 프로젝트, 입체 디스플레이인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용시 눈이 피로한 이유를 밝히는 연구 등 우리 생활과 눈이 연관된 것이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서 교수는 “친구들이 연구 아이디어를 많이 주는 편이지만, 만약 전공의까지 마친 의사가 아니었다면 이런 연구에 과감히 도전하지 못했을 것 같다”며 “또 한편으로는 의대보다는 공대 분위기가 더 자유로워 연구할동이 편하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관악산 아래 있는 공대 연구실에서 일과가 끝나면 혜화동에 있는 서울의대 연구실로 이동해 밤 12까지 연구에 몰두한다. 그는 “40대 전까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에 시동을 걸어놓으려고 한다”며 “그래야 40대가 넘어서 그 힘으로 좀 더 열심히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좋아하는 교수의 한 학기 공대 수업은 어땠을까. 그는 너무 행복한 시간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암기가 아닌 학생들과 교감을 통해 이뤄지는 토론수업은 정말이지 행복합니다. 어제도 강의 준비로 밤을 지샜지만 힘든줄 모르겠는데요.”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