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터가 가정으로 파고들고 있다. 기업에서 주로 발표용으로 사용하던 프로젝터 장비가 홈 엔터테인먼트 확산과 맞물려 새로운 수요를 만들고 있다. 가전 제품처럼 디자인도 귀여워지고 가격도 낮아지는 추세다. 밝기도 일반 영화관에 못지않은 3000안시루멘급이 대중화되면서 일반 디스플레이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예 기업에서 쓰는 제품과 구분하기 위해 ‘홈 프로젝터’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시되고 있다.
홈 프로젝터의 가장 큰 장점은 대화면이다. PDP·LCD·프로젝션TV 등 다른 디스플레이에 비해 같은 가격에서 9배 이상의 대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안방극장’을 연출할 수 있는 것. 프로젝터 가격도 떨어지는 추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200만∼300만원대 고가로 기업·학교 등의 업무 용도가 전부였다. 일반인이 프로젝터를 구입한다는 것은 일부 마니아를 제외하고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이전과 비교해 사양이 전혀 뒤떨어지지 않으면서 100만원대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2∼3년 전 1000만원을 넘나들던 고선명(풀HD급) 제품도 이제 200만원대면 구입할 수 있다.
사용법도 무척 간편해졌다. 최근 출시되는 제품은 누구나 손쉽게 설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작동도 용이하다.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무게도 가벼워지고 디자인도 어떤 IT기기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세련돼졌다. 게다가 투사 거리 확보가 힘든 가정에서 사용하기 적합하도록 좁은 공간에서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제품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김인교 델코리아 사장은 “가격도 비싸고 화면 크기에 제한이 따르는 PDP 혹은 LCD TV보다 프로젝터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업체에 따르면 최근 경기가 ‘게걸음’을 치면서 주요 IT품목 수요가 주춤하지만 프로젝터만은 시장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세계 프로젝터 시장은 올해 920만대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TV 시장 규모가 연간 2억대에 이르고 있는 점에 비하면 아직은 작지만 연평균 30%대의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성능 개선과 가격 하락, 대화면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 증가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세계 시장 성장세 못지않게 국내 프로젝터 시장도 2000년 1만5000대 규모에서 2006년에는 9만대 규모로 성장했고, 지난해 10만대를 거쳐 올해 12만대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따라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DLP와 LCD 진영의 영토 싸움은 여전히 관전 포인트다. 본격적인 상승 무드에 진입한 DLP 진영은 올해 LCD 진영에서 주도권을 빼앗는 원년으로 삼고 공격 마케팅 채비를 갖춘 상태다. 벤큐 등 DLP 진영 대표업체는 올해 프로젝터 시장에서 새로운 역사를 쓸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DLP 공격 경영에 맞서 LCD 진영은 이미 연합전선을 결성한 상태다. 엡슨·소니·히타치 등은 ‘3LCD연합군’을 구성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특히 조달 시장에서의 선전을 자신하고 있다. 국내업체 중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제품을 내놓고 외산 브랜드에 맞서고 있다.
포켓 프로젝터로 불리는 소형 프로젝터 시장도 열리고 있다. 최근에는 담뱃갑·휴대폰보다 조금 큰 크기의 프로젝터 개발에 성공하면서 휴대형 프로젝터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소니·엡슨·도시바 등 외산 업체는 물론이고 삼성전자 등 국내업체도 연이어 상용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 시점만을 조율 중이다. 프로젝터 업계는 포켓형 제품을 정체된 프로젝터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기폭제로 판단하고 시장 선점 경쟁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
◆풀HD급도 200만 원대
‘40인치 TV를 살까, 프로젝터를 살까.’
그동안 프로젝터는 영화광과 같은 마니아의 전유물로 인식돼 왔다. 수백,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만만치 않은 가격 때문이다. 40인치급 평판TV 가격이 싸게는 100만원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굳이 비싼 돈을 주고 프로젝터까지 구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지배적이었다. 이랬던 프로젝터 가격이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2, 3년 전까지만 해도 1000만원을 넘겼던 풀HD(1080P 해상도) 프로젝터를 이제 200만원대면 살 수 있다. 옵토마의 ‘HD803’, 엡슨의 ‘EMP-TW2000’, 파나소닉의 ‘PT-AE1000E’ 등 풀HD를 지원하는 프로젝터를 200만원 안팎이면 구매할 수 있다. 대형TV보다 오히려 값이 저렴해졌다.
풀HD 프로젝터는 고화질 영상을 좋아하는 추세에 맞춰 시장이 열리고 있다. 고화질이라는 특장점은 프로젝터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히는 ‘큰 화면’에서 더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화면이 80인치가 넘어가면 PDP나 LCD TV보다 프로젝터가 더 나은 화질을 보여준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풀HD 프로젝터로 100인치 이상 대형 화면을 더 나은 화질에서 감상할 수 있다. 40인치 TV 가격으로 나만의 극장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공간 활용성이 뛰어난 것도 매력적이다. 프로젝터는 집 안에 대형TV를 들여놓는 것보다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 최근에는 프로젝터 안에 DVD 플레이어와 스피커를 탑재한 ‘올 인 원’ 제품도 등장해 다른 영상기기와 연결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개선했다. 엡손코리아 서치현 부장은 “풀HD 프로젝터는 저렴해진 가격과 프로젝터만의 강점을 내세워 시장 규모를 크게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차윤주기자 chay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