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 속에 소망을 품고 있다. 대개 그에 따라 원하는 목표를 세우지만 대부분 과정에서 그 마음이 쉽게 흔들리고 변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이라는 말처럼 원래의 마음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다면 그 원은 반드시 실현될 수 있다고 믿는다.
나에게 초심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은 바로 대학시절 사용했던 초록색 노트다. 1996년, 대학을 갓 졸업한 나는 PR 전문가가 되겠다는 열정으로 가득찬 신입사원이었다. 꿈과 의욕은 넘쳤지만 실력은 터무니없이 모자랐다. 말 그대로 준비가 안 된 직장인이었던 것이다.
실력 부족을 절감한 나는 실력을 키우기 위해 선배들의 노하우를 훔치기로 결심했다. 선배들을 스토킹(?)하면서 노하우를 하나하나 노트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문서 작성 같은 기본적인 것은 물론이고 고객을 설득하는 노하우에서 그들의 말투, 옷차림, 제스처 하나까지도 유심히 관찰한 후 기록해 나갔다.
지금 그 노트를 다시 들여다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도움이 되는 내용도 많지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쓸데없는 기록들도 많기 때문이다. 솔직히 남들에게 보이기 창피할 정도다.
하지만 나는 그 초록색 노트 안에 적힌 내용보다 그 노트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바로 나 자신의 열정과 노력의 소산이며, 젊음의 기록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애착을 가지고 있다.
우연하게도 초록색은 영어로 청춘, 싱싱하고 활기 넘친다는 의미가 있다. 지금도 사무실 서랍 한쪽에 소중하게 보관돼 있는 초록색 노트는 살아가면서 내가 정체돼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벽에 부딪혔다고 느낄 때, 혹은 열정을 살리고 싶을 때 열어보게 된다. 그럴 때면 순수한 마음으로 하나에 몰두했던 그 때로 돌아가는 기분을 느낀다. 노트 속에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그때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 세월이 지나도 다시 새로운 꿈을 꾸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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