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 차림의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바쁜 걸음으로 농구를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사이를 가로지른다.
몇몇은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긴다.
점심 무렵 여의도 공원에서 자주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다.
여의도 공원은 흔히 ‘아스팔트에 펼쳐진 마당’ 혹은 ‘도심 속의 쉼표’ 등으로 표현된다.
1972년 여의도 개발 사업의 하나로 광장으로 조성돼 한동안 5·16 광장으로 불리다 97년 여의도 광장의 공원화 사업에 따라 1999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처음 서울시가 여의도 광장을 공원화한다는 계획을 밝혔을 때는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대중집회의 공간이 없어지고, 불필요한 유지 보수 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유였다.
여의도 공원이란 팻말이 붙은 지 10년째. 이곳은 매일 5만명가량이 찾는 대중적인 명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듯하다.
인라인과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광장을 둘러싼 산책로는 꽤 울창해진 나무들이 선선한 공기를 만들어낸다. 길 곳곳에는 팔각정, 생태의 숲, 한국 전통의 숲, 원두막 쉼터 등이 조성돼 있어 볼거리를 제공한다.
생태의 숲은 다람쥐 등 각종 야생동물을 방목하고, 여러 가지 수목을 심어 놔 도심에서만 자란 어린이들이 자연을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적합하다.
서울교 쪽에 마련된 공간에는 운동기구를 이용해 운동하는 시민의 모습을 이른 출근길 무렵에 볼 수 있다.
여의도 공원은 군락이 잘 보존된 공간이기도 하다. 야생화나 식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산책로에서 나나스들꿩나무, 계수나무, 앵두나무, 당느릅나무와 같은 식물을 찾는 즐거움을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여의도 공원 방문의 또 다른 매력은 근처에 먹을거리가 많다는 것. 각 건물에 입주한 프랜차이즈와 한·중·일식 등의 맛집이 곳곳에 있다. 대부분이 직장인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가격이 다소 비싸거나, 주말이면 문을 닫는 곳도 있어 미리 개점 여부와 가격을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무더워지는 날씨에 걷는 일이 부담스럽다면 자전거 대여소에서 시간당 3000원에 자전거를 빌려 2.4㎞ 남짓한 짧은 거리라도 바람을 맞으며 달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끔 정장 차림의 커플이 커플자전거를 타는 모습은 여의도 공원이 아니면 보기 힘든 풍경이다. 이수운기자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