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1월 이동통신 번호이동 제도 시행 이후 약 3000만명이 이동통신 사업자를 교체했다. 4400여만명에 이르는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4명 중 3명이 사업자를 바꾼 것이다.
이동통신 식별번호 브랜드화를 방지하고 이동통신 사업자 간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된 이동통신 번호이동 제도는 사업자 변경을 용이하게 하고 가입자 고착 현상을 완화, 이동통신 시장 쏠림현상 해소에 기여했다.
하지만 사업자 간 과도한 마케팅으로 인한 기존 가입자 부담 증가 및 수익성 악화 등을 초래하는 등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 번호이동 ‘3000만명’ 임박 = 이동통신 번호이동 제도 시행 첫해인 2004년 1월에만 30만명이 번호이동을 한 것을 시작으로 2004년 293만명, 2005년 557만명, 2006년 731만명, 2007년 880만명이 이동통신 사업자를 옮기는 등 지난해 말까지 총 2461만명이 사업자를 변경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번호이동센터에 따르면 이동통신 사업자를 교체한 가입자가 이달 중순 기준으로 누적 2800만명(2840만명)을 돌파했다.
이런 추세라면 이르면 이달 안에 2900만명을 넘어 다음달에는 3000만명 돌파가 무난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지난 4년여간 번호이동 가입자 현황을 사업자별로 보면 KTF가 38.7%에 해당하는 1100만명을, SK텔레콤은 36.5%인 1037만명, LG텔레콤은 24.8%인 703만명을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SK텔레콤은 KTF보다 6개월 늦게, LG텔레콤보다 1년 늦게 번호이동 가입자를 유치했다.
번호이동 중 세대별 번호이동(2G ->3G, 3G ->2G) 고객은 550만명을 넘어섰다. SK텔레콤이 210만명, KTF가 329만명, LG텔레콤이 11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이한 점은 세대별 번호이동 중 역번호이동(3G->2G) 고객이 30만명(28만80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 3G 통화품질 등의 가입자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과도한 마케팅 경쟁 유발도 = 이동전화 번호이동이 사업자 변경을 용이하게 하고 가입자 고착현상을 완화했지만 이에 따른 역효과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번호이동제도가 사업자 간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부추겼다는 게 안팎의 지적이다.
번호이동 고객을 유치하기 사업자가 경쟁적으로 보조금을 확대하다 보니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문제는 최근 3G 시장 과열 마케팅으로 빚어진 실적 악화에서도 확인된다. 또 번호이동 제도는 결국 이통시장을 ‘뺏고 뺏기는 전쟁터’로 만들었다. 지난해 신규(010 및 번호이동) 가입자는 1850만명을 기록했지만, 순증 가입자는 145만명에 불과했다.
이와 함께 통신비용 증가 및 환경오염 등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번호이동 가입자에게 지급되는 보조금 등 비용은 결국 기존 가입자에게 전가됐고 전체적인 통신비용 증가를 초래했다. 매년 1000만대가 넘는 휴대폰이 ‘장롱폰’ 혹은 ‘폐기폰’으로 버려지는 것도 문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번호이동으로 시장이 과열되면 해지율도 그만큼 높아진다는 측면에서 ‘제살 깎아먹기’가 된다”며 “결국 이동통신사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만큼 현재 3사가 자율적으로 시장 과열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김원배·황지혜기자 adolfkim@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이통3사 연도별 번호이동 가입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