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외형 경쟁` 불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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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초 은행장 신년사에서 나타난 화두는 ‘질적 성장’이었다. 지난해 여신 규모의 대폭 확대 및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에 따른 외부 환경 악화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무리한 세 확장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것. 하지만 최근 이 같은 목표가 흔들리고 있다. 은행 간 외형 경쟁구도가 다시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최근 국내외 외형 경쟁에서 잘 나타난다.

 ◇국내 점포 확장, 이제부터 본격화=올해 들어 4월 말까지 주요 시중은행의 국내 신설 점포 수는 각 10개 안팎에 그치고 있다. 기업은행이 17개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15개와 14개, 그리고 국민은행(7개), 하나은행(4개) 등의 순이다.

 하지만 신설 점포 수 증가 추세는 앞으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 따르면 대부분의 은행이 올해 50개 안팎의 지점을 신설한다. 앞으로 신설 점포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신한은행은 올해 30개만을 개설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3월 말 현재 이미 15개를 신설한 상황이다. 신한은행 측은 “과거와 같은 대량 신설을 자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신도시가 계속 생겨나고 재개발도 한창이어서 신한은행도 점포 확장 경쟁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도 세 늘리기 한창=올해 들어 해외 은행 인수가 잇따르고 있다. 국민은행이 지난 3월 카자흐스탄 현지은행인 뱅크센터크레딧(BCC)을 인수한 데 이어서 신한은행도 최근 러시아 현지은행인 FSCB 인수합병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민은행은 중국·동아시아·러시아·중앙아시아를 묶는 KB트라이앵글 네트워크 전략을 추진 중이어서 해외에서의 영역 확대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들어 해외은행을 인수한 사례는 없지만 네트워크 확장에 한창이다. 1월 러시아 모스크바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우리은행은 이달 20일 박해춘 우리은행장이 훈센 캄보디아 총리와의 면담에서 현지법인 설립에 대한 확답을 받았다. 여기에 올해 중동 두바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브라질 상파울로 등에 해외사무소를 개소하고, 2010년까지 중국우리은행과 우리아메리카은행 각각 40곳과 30곳에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가열되는 경쟁구도=이 같은 외형 성장 분위기는 최근 은행 간 경쟁심화가 한몫을 한다. 현재 1위 자리를 놓고 우리·신한은행이 국민은행을 바짝 뒤쫓고 있으며, 하나·기업은행 간 4위 경쟁도 한창이다. 지난해 6월 말 자산규모 1위와 2위인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간 격차는 25조원에 이르렀으나 올 3월 말 10조원(국민 245조6000억원, 우리 235조8000억원) 이내로 좁혀졌다. 여기에 지난해 한때 2위로 올라섰던 신한은행도 232조3000억원으로 늘어났다. 하나은행과 기업은행도 자산규모가 각각 143조4000억원과 129조4000억원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은행들이 규모에 비해 해외 네트워크가 약해 해외 부문을 강화하고 있으며 점포 역시 신도시가 계속 생겨나고 있어 수요에 따라 늘려나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