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투자금융(IB investment banking)사업 강화를 위해 ‘기업 네트워크’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기존에는 사적인 영역에서 주먹구구식으로 관리되던 ‘기업네트워크’를 내부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형 증권사들은 대부분 기업 네트워크 관리 부서 등을 신설해 운영 중이며, 최근에는 중소 증권사들도 속속 기업관계관리에 부쩍 관심을 쏟고 있다. 이는 내년 2월 시행되는 자본시장통합법을 대비해 증권사들이 투자금융(IB) 부문을 강화하면서 과거보다 기업과의 네트워크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IB의 강자 삼성증권·한국증권의 기업 네트워크 관리 방법=삼성증권 IB사업부는 기업 관계 관리(RM)를 위해 커버리지(coverage)파트와 기업공개(IPO) 파트를 별도로 운용하고 있다. IB 영업과 실무를 분리해 운영함으로써 각각의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커버리지 파트 쪽에서는 꾸준히 기업들과 접촉하며 기업의 재무 솔루션을 제공해 관계를 구축한다.
삼성증권은 기업들과 접촉하기 위해 이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7월 ‘제1회 한국-인도네시아 에너지 포럼’ 지난 2006년 ‘로봇 세미나’ 등의 행사를 통해 신성장 동력 기업들과의 관계를 맺고 있다.
또 ‘삼성 글로벌 인베스터스 포럼’을 통해 해외 투자자와 국내 유수 기업의 만남을 주선해 향후 IB거래를 수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한국증권은 기업들과의 정기적 모임을 선호한다. 원래 한국증권은 매년 우수 기업의 경영진들을 초청해 효율적인 자본시장 활용방안 및 성공적인 IPO 방안 등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는 오랜 전통을 갖고 있었다.
이 행사를 확장하고 모임 횟수를 늘려 ‘진우회’라는 기업 경영자와의 모임을 만들었다. 진우회는 한국증권의 ‘진정한 친구(True Friend)’라는 슬로건을 이용해 만들어진 이름이다.
이 모임을 통해 한국증권은 회원사간 매출·매입거래, 기술제휴, 신규사업 공동개발, 우호적 M&A 등에 대해 논의하는 비즈니스의 장을 마련하고, IB거래 기회 등을 적극적으로 창출해 내고 있다.
◇기업과의 관계, 창업보다 수성이 중요=증권사 IB담당자들은 항상 좋은 기업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운다. 좋은 회사라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한다.
당장 비즈니스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미래를 위해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향후 기업의 자산관리·유상증자·인수합병 등 좋은 비즈니스 기회를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연륜이 있는 차장급 영업맨들이 힘을 발휘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상장 전부터 오랜기간 동안 기업과 신뢰를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해 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업계에서 좋은 평판과 명성을 쌓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업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고, 명성이 있는 증권사에는 좋은 기업들이 제발로 찾아오기도 한다.
이형수기자 goldlion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