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다. 뾰족한 대책이 없다.”
국제유가가 130달러를 돌파하면서 전 세계 경제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이제는 충분히 150달러까지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심지어 200달러를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가뜩이나 원자재가 급등과 환율 널뛰기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유가 150달러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인해 공황상태에 빠져들었다.
◇수급 불균형으로 계속 치솟아=전문가들은 이 같은 유가 급등이 투기세력에 의한 인위적인 상승 요인도 있지만 이보다는 수급 불균형 심화 때문으로 분석했다. OPEC가 원유 생산을 늘릴 계획이 없는데다 중국과 인도 등 이머징 국가에서의 석유 수요 증가로 인해 장기적인 공급 불안 우려가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중국 대지진으로 발전용 경유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과 달러가치가 다시 약세로 돌아선 것도 유가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는 요인으로 꼽혔다. 따라서 원유가 상승은 계속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고유선 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은 “2000년 이후 유가는 여름 비수기에도 미국의 허리케인, 휴가 등의 여파로 강세를 띠었다”며 “유가는 9월께 150달러까지 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경제에 타격=전문가들은 경기하락에도 불구하고 원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 상승은 가계 사정을 악화시키고 소비를 위축시킴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미국발 신용경색과 주택시장 침체로 인해 고전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전망이다. 또 미국 경제의 위축은 미국을 주요 수출시장으로 하는 우리나라 등 신흥경제권의 경제 성장에도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암울한 전망은 증시에도 악재로 작용, 주가 하락을 불러옴으로써 투자자들의 금융자산 감소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등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 뉴욕증시는 이날 인플레이션 우려 등에 따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등 주요 지수가 1.7% 안팎으로 급락했다.
결국 미 중앙은행은 2008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3∼1.2%로, 지난 1월 제시했던 1.3∼2%보다 대폭 하향 조정했다.
◇국내 경기 회복 늦어질 듯=유가가 정부의 예상치를 한참 벗어나면서 경제의 하강은 기정사실화했고 세계적 투자은행들 사이에서는 한국 경제가 올해 4% 초반만 성장해도 다행이라는 시각이 퍼지고 있다. 또 유가급등이 성장률과 경상수지에 큰 주름을 안기고 있지만 물가 상승 우려 때문에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금리 인하는 어렵게 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시장흐름을 좀 더 지켜본다는 태도지만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올라 있는 상태인데다 고유가로 인한 물가압박이 심각해짐에 따라 6월 회의 때도 생각이 달라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 원유가 상승 등 수입단가 급등은 순상품 교역조건 지수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08년 1분기 중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순상품 교역조건 지수(2005년=100)는 작년 말에 비해 6.7% 하락한 80.5를 기록했다. 이러한 수치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8년 이후 최저다.
순상품 교역조건 지수는 한 단위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물량을 뜻하며 이 지수가 80.5라는 것은 2005년에 1개를 수출하고 100개를 수입할 수 있었다면 올해 1분기에는 80.5개만 수입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권상희·김준배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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