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명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는 앞으로 개봉될 모든 애니메이션을 3차원(3D) 입체 상영에 적합하도록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타이타닉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도 차기작 ‘아바타(Avatar)’를 3D 영화로 제작할 예정이다.
바야흐로 3D 입체영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3D 입체영화는 극장에서 전용 안경을 쓰고, 특수하게 제작된 스크린을 통해 관람하는 스테레오스코픽 영화(Stereoscopic Cinema)를 의미한다.
최근 할리우드 필름영화 시장은 위기를 맞고 있다. 게임과 온라인 콘텐츠 등 새로운 상업 미디어들이 전통 필름영화 시장 규모를 이미 넘어섰으며, 나날이 발전하는 2차 영화 시장 즉, 홈시어터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영화 DVD 시장의 활성화 역시 영화 시장 축소의 큰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들 및 영화 제작자들은 필름 영화 시장을 되살리기 위한 아이디어 마련에 혈안이 돼 있는 형국이다. 그중 현재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아이디어가 바로 3D 입체영화다.
현재의 3D 입체영화 방식은 미국 발명가인 레니 립턴이 개발한 리얼D 기술이다. 이 기술은 두 개의 영사기를 사용하는 기존 입체영상 기술과는 달리 하나의 영사기를 이용하며, 관객이 영화 관람 중에 시선을 돌리더라도 흐트러짐 없는 입체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이전 방식에서는 관람 중 관객이 고개를 돌리면 영상의 일부가 왜곡됐다.
특히 리얼D 기술은 초당 72프레임으로 영상을 뿌려 입체영상 관람 시 큰 문제점이었던 잔상이나 화면 끊김 현상을 해소했다는 평가다. 초기에 대형 놀이공원이나 일부 아이맥스 영화관들에서 먼저 채택됐으며, 현재는 3D 입체영화의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3D 입체영화는 기존 영화보다 훨씬 생생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강점이 있다. 특히 이는 TV나 DVD로는 접할 수 없는, 오로지 극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이기에 더 이상 극장을 찾지 않았던 신세대들을 극장으로 다시 끌어들이는 요인이 된다. 실제로 미국 박스 오피스 기록에 따르면 3D 입체영화 전용관은 일반 상영관보다 3달러 정도 비싼데도 일반 상영관의 최소 2∼3배에 이르는 관객 동원율을 보이고 있다.
입체영화는 특수한 스크린이 없이는 정상적인 재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터넷 불법 업로드 문제의 현명한 해결책으로도 관심을 모은다.
본격적인 3D 입체영화는 작년 베오울프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올해 한나 몬타나 무비와 U2의 콘서트가 3D 방식으로 큰 성공을 거두며 가능성을 입증해 나가고 있다.
존 라세터 픽사 사장은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픽사의 향후 개봉작 발표 자리에서 픽사 영화의 입체영화화를 언급했다. 2009년 남미대륙 여행 어드벤처 ‘업(UP)’을 입체영화와 일반 스크린용 두 가지 영화 방식으로 동시에 배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의 모든 픽사 영화를 3D 방식으로 제공한다. 과거 인기작인 ‘토이스토리’와 ‘토이스토리2’ 역시 3D 버전으로 재개봉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달 할리우드의 4개 메이저 배급사인 디즈니·20세기폭스·패러마운트·유니버설픽처스는 3D 영화 활성화를 위해 7억달러(약 7000억원)를 들여 미국 내에 1만개의 3D 전용 스크린을 세운다는 계획에 동의했다. 이들 영화사가 3D 입체영화가 그들의 주된 수입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3D 영화는 엄청난 가능성을 가졌다. 영화 감상을 위해 반드시 써야만 하는 안경의 불편함이나 현란한 장면들에서 여전히 느껴지는 현기증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남아있지만 대세는 정해진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