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소재 A기업은 최근 벤처 유효기간이 만료돼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가 재무구조상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지 만 2년째인 이 기업은 최근 새로운 거래처를 확보해 매출 향상이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이 기업 관계자는 “과거에 우수 기술기업으로 인정해 벤처인증을 내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장이 어렵다 하면 새로운 기술이나 신사업 투자를 어떻게 할 수 있느냐”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2006년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벤처인증 요건이 대폭 강화된 현재의 벤처기업 확인제도를 놓고 관련 중소기업의 비판 및 개선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신기술 보유 기업에 대한 벤처인증의 재확대와 벤처 유효기간의 탄력적인 연장이다. 특히 법 개정과 함께 벤처인증 요건이 크게 강화되면서 ‘가능성 있는 독자적인 신기술’ 하나만으로는 벤처인증을 받기가 어렵다는 점에 중소기업의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이 벤처기업으로 인증받으려면 △창투사 등 벤처투자기관이 자본금의 10% 이상을 투자하거나 △기술보증기금을 통한 보증 및 대출금액이 8000만원 이상 △기업부설연구소를 보유하고 연구개발(R&D)비가 5000만원 이상 등으로 제한돼 있다. 또 추가로 각 부문에서 투자유지기간, 기술성 평가, 사업성 평가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야 가능하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벤처 인증을 받고 싶지만 재무구조, R&D 투자비율, 투자 유치 등 벤처 인증을 위한 여러 조건 중 어느 한 가지도 만족시키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과거 법 개정 목적이 ‘묻지마 투자’를 지양하고, 시장 역량과 기능에 따라 벤처기업을 발굴하는 것이었지만 정작 벤처기업의 본질에 어울리는 ‘가능성 있는’ 기업마저 소외되고 있는 셈이다. 기술보증기금 자료에 따르면 법 개정 이전인 지난 2006년 4월과 올 4월의 유형별 벤처기업 수를 비교했을 때 신기술기업은 83.9%에서 16%대로 줄어든 반면에 새로운 조건인 기술평가보증기업은 62.3%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벤처 유효기간 문제도 이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벤처 인증 후 1년 단위로 재심사해 기간 연장을 받도록 돼 있다 보니 보유기술의 심화 내지 새로운 응용기술 개발보다는 단기 수익성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박장수 부산대 산학협력단 부단장은 “벤처는 위험부담은 크지만 성공하면 기대수익이 큰 독자적인 신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가지고 신규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신생 중소기업을 말하는데 현재의 벤처기업은 이러한 기업보다는 여러 면에서 안정적인 환경의 기업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모순점”이라 지적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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