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전력용 반도체] 에너지효율화 시대의 첨병 전력용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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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반도체라 하면 D램이나 플래시메모리 같은 메모리반도체를 생각한다. 한국의 메모리반도체 산업이 세계시장에서 93년 이후 부동의 1위를 차지하자 일반인은 메모리반도체가 마치 반도체 분야의 전부인 듯 오해한다. 하지만 비메모리 산업은 메모리산업보다 4배 큰 시장을 갖고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비메모리반도체 중 전력용 반도체라고 있다. 전력을 시스템에 맞게 배분하는 것과 같은 제어와 변환 기능을 가진 소자다. 에너지를 절약하고 제품 크기를 축소하기 위해 전력 공급장치나 전력변환장치에 사용된다. 전력용 반도체는 다른 비메모리반도체에 비해 활용 폭이 넓은 편이다. 발전소에서 만들어져 송·배전되는 교류 전기를 전자제품이 필요로 하는 직류로 바꾸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교류와 직류 사이의 변환뿐만 아니라 모터를 비롯한 모든 전기 기기에 전력을 공급하거나 안정적으로 원하는 전압과 전류를 공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모든 제품에 전력용 반도체가 있다고 보면 된다.

올해 파워아날로그, 파워디스크리트 등 전력용 반도체 시장은 335억달러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세계 반도체시장 규모는 2806억달러의 약 12%에 달한다.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22% 정도다. 전력용 반도체 시장이 메모리 시장의 절반 규모인 셈이다. ASIC/시스템온칩(SoC)은 약 40%, 프로세싱 반도체는 26%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용 반도체는 컴퓨팅·통신·가전·산전 및 자동차 등 오늘날 중추적인 전자 애플리케이션에 적용된다. 최근엔 휴대폰·노트북 같은 모바일 기기의 증가와 전기 자동차의 개발과 맞물려 전력용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노기후 IR코리아 대표는 “자동차는 과거엔 전장 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았고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 모듈째 들여왔기 때문에 국내에 수요가 많지 않았지만 최근엔 전장 비중이 높아지고 사용하는 반도체도 늘어나는 등 수요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전력용 반도체는 과거에는 엔지니어들도 비중을 두지 않는 분야였다. 최근엔 90년대 중반 휴대폰이 각광받기 시작할 때 RF 관련 엔지니어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를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1, 2차 오일쇼크를 뛰어넘는 고유가 행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에너지 효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력용 반도체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전력용 반도체는 이제 단순히 전원을 켜고 끄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효율을 제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뿐만아니라 기기의 전자화가 진행되면서 전압의 미세 변화가 시스템 안정성과 신뢰성을 좌우하면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기술력 경쟁 역시 다른 반도체 분야 못지않게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페어차일드반도체·ST마이크로닉스·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인피니언·IR·로옴·내셔널세미컨덕터(NSC) 등 수많은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주요 반도체 업체와 팹리스 업체들이 전력용 반도체 개발에 속속 뛰어들었다. 디엠비테크놀로지와 매그나칩반도체가 전력용 반도체를 시장에 내놨고 실리콘마이터스도 상용화를 마치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전력용 반도체 산업 육성은 메모리에 치우친 반도체산업 구조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됐다. 업계는 물론이고 정부가 전력용 반도체에 새삼 눈길을 돌리는 이유다. 

주문정기자 mj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