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후보 IT정책도 흑·백 갈렸다

 미국의 IT·과학기술 정책이 오바마의 ‘산업 효율성 제고’와 매케인의 ‘사회 안정망 확보’로 나뉘어 선택의 기로에 섰다.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가 버락 오바마(47) 상원의원으로 굳어지면서 오는 11월 치러질 대통령 선거는 사상 최초 흑백 대결 구도로 과학기술정책도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미 재계와 세계 ‘IT심장부’ 실리콘밸리의 관심은 인종보다는 향후 5년의 향배가 걸린 경제·정보통신·과학기술 정책에 쏠려 있다.

 존 매케인(71) 공화당 후보와 오바마 두 사람은 보수와 진보 성향 차이만큼이나 경제·정보통신·과학기술 정책에서도 뚜렷한 명암을 보인다.

 오바마 의원은 국정 전반에서 정보화를 총지휘할 국가 최고정보책임자(CTO) 신설 및 전자정부(E-정부)를 주장하며 IT를 선거 공약에 전면 배치했다. 그는 정부 뿐 아니라 교육·의료·에너지 등 모든 산업에 인터넷과 첨단 기술을 접목해 혁신을 추구할 것을 약속했다. ‘IT=효율성 제고’라는 오바마의 명제는 젊은층과 개혁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이에 반해 매케인 후보는 IT에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을 두고 있다. 과학기술 관련 분야에서 그의 주된 관심사는 우주개발과 국방. 혁신보다는 안보를 중시하는 보수층 표심을 겨냥했다.

 ◇오바마 “망중립성법 제정·바이오에너지 육성해야”=오바마는 내년 2월 디지털TV 전환으로 회수된 700MHz 주파수를 상업용으로 재배치해달라는 구글 등 인터넷업계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통신사업자가 모든 인터넷사이트에 동일한 전송속도를 제공할 의무를 명시한 망 중립성(Net Neutrality)법안과 인터넷의 역기능인 사생활 침해와 사이버 범죄 방지를 골자로 한 통신비밀법 개정도 주요 공약 중 하나. 그는 또 차세대 브로드밴드 구축으로 인터넷보급율 100%, 인터넷문맹율 0% 달성 및 전국 학교 인터넷 교육 의무화를 선언했다.

 고유가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오바마는 바이오에너지와 하이브리드 자동차 상용화에 10년간 1500억달러를 투입하겠다는 과감한 정책을 표방했으며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의 20% 수준으로 줄일 것을 약속했다.

 그는 국내 이공계 인력이 많이 신청하는 전문직 H1-B비자 한도 확대를 지지했지만 석사 이상 고학력소지자에게 선택적으로 문호를 개방하겠다며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매케인 “리얼ID 도입으로 불법체류자 축출·우주개발 예산 증액”=망 중립성 문제나 차세대 브로드밴드 프로젝트에 대해 매케인은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 논리와 사업자의 자율경쟁에 맡겨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그는 또 테러 분자나 불법체류자를 적발하기 쉽도록 운전면허증에 첨단기술을 이용, 사회보장번호와 체류신분을 입력한 전자주민카드 ‘리얼ID(Real ID)’ 시행을 적극 지지하며 국방기술을 개발해 적성국가의 사이버테러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와의 우주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우주개발 예산을 증액하고 미 항공우주국(NASA)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환경 문제에서 매케인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의 40%로 감축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대체에너지 개발에는 자동차업체 근로자의 일자리 축소 등을 이유로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조윤아·류현정·이동인기자 forange@

 

 <소박스>

 특정 후보를 공개 지지하지 않는 우리나라 기업과 달리, 미 기업가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대선 주자를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지지 선언을 밝힌 CEO부터 캠프에 합류한 CEO, 부통령으로 거론되는 정보기술(IT) 인사도 있다.

 매케인은 캠프 내 CEO 출신을 적극 기용해 참모로 활용한 한면, 오바마는 기업가들의 입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힘을 쓴다.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쟁쟁한 IT기업가들이 매케인 캠프에 합류했다. 칼리 피오리나 전 HP CEO, 존 체임버스 시스코시스템스 CEO, 멕 휘트먼 전 e베이 CEO 등은 최근 매케인의 실리콘밸리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 나란히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칼리 피오리나와 멕 휘트먼은 매케인과 함께 뛸 유력 부통령 후보로 점쳐진다.

 오바마는 IT업계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구글의 이미지를 대선 주자로 급부상해 변혁을 꿈꾸는 자신의 이미지와 오버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에릭 슈미트 구글 CEO가 오바마에 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 회장이 “버락이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매우 기쁠 것”이라고 밝혔고 야후 지분을 집중적으로 매집해 화제로 떠오르고 있는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은 “버락은 경제를 모른다”며 사실상 매케인을 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