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전 11시30분 서울 구로구 구일초등학교 디지털 전용교실에서 진행된 5학년 영어수업 시간. 30여명의 학생들 책상엔 교과서 대신 태블릿PC(TPC)가 놓여 있고, 교실 전면엔 초록색 칠판 대신 터치스크린 기능이 지원되는 ‘전자칠판’이 장착돼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선정한 20개 디지털 교과서 연구학교 중 하나인 구일초등학교에서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음악 등의 과목 수업은 TPC를 이용한 디지털 교과서로 진행된다.
“How are you, today? Now, Put on your headset.”
영어 전담 음현정 교사의 지도로 학생들이 헤드세트를 끼고 필요한 기능을 설치하면서 디지털 교과서 수업이 시작됐다. 음 교사가 스크린을 터치하자 “I go to school at 8:10” 원어민의 발음이 들린다.
헤드세트를 쓴 학생들이 따라 읽으면 자신의 발음이 모니터에 파동과 함께 나타나고, 평가도 해준다. 발음이 틀리면 “Try again”이라고 컴퓨터가 말해준다. 다시 들을 때도 예전 카세트 테이프처럼 일일이 돌려 들을 필요없이 클릭 한 번이면 정확한 위치에서 다시 들을 수 있다. 필요한 내용은 TPC 화면에 직접 메모할 수 있고, 다른 학생들의 메모 내용 등도 필요할 경우 공유할 수 있다.
5학년 2반 이예진 학생은 “영어 발음을 원어민이 직접 들려주니까 이해하기가 쉽다”면서도,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해서 갑자기 다운이 되는 등 불편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정원종 학생은 “컴퓨터로 수업을 하니까 집중이 잘된다”며 수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은 화면을 집중적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많이 사용하면 눈이 아플 때도 있다”고 말해 역시 학생 건강 문제에 대한 심도깊은 연구의 필요성을 실감케 했다.
디지털 교과서는 기존의 교과서, 참고서, 문제집, 시험지, 용어사전 등의 기능을 모두 갖추고, 이를 동영상, 애니메이션, 가상현실 등의 멀티미디어 방식을 통해 제공함으로써 시간·장소에 구애 없이 무한대의 학습효과를 제공하는 학생용 교재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유비쿼터스 기반 미래 교육 환경 마련을 위해 야심적으로 추진 중인 사업으로 전국 20개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시범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연구학교 중 하나인 구일초등학교는 5학년 4개 학급, 6학년 4개 학급이 디지털 교과서로 수업한다.
음현정 교사는 “디지털 교과서는 기능이 다양해 원래부터 멀티미디어 기능이 많이 요구되는 영어 수업에 유용하다”며 “원어민을 활용한 발음 교정 등이 가능해 수업이 편리하다”고 전했다.
구일초등학교 강명제 교감은 “무선랜을 구축하면서 AP(액세스 포인트) 여유가 생겨 학교 전체가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져 앞으로 유비쿼터스 환경을 구축하는 첨단 학교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원기자 kw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