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가 코스피지수 발목 잡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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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유가가 우리 증시의 가장 큰 악재로 부각되면서 연일 코스피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7일 연속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26일 증시는 지난 4월 24일 이후 한 달만에 18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서부텍사스중질유(WTI)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서는 등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한국증시에도 악영향을 점진적으로 퍼지고 있는 것이다. 고유가가 인플레이션을 야기시키고, 이는 소비 위축과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져 경기 둔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감에 전반적인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한국 증시 하락의 직접적 영향은 외국인 매도 때문이다. 한 때 외국인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1900선까지 올라갔던 코스피지수는 외국인들이 매도세로 돌아서자 1800선 아래까지 힘없이 밀렸다.

5월 들어 외국인들은 원화 약세와 한국 기업들의 실적개선 등을 이유로 지난 16일까지 6800억원 가량의 누적순매수를 이어가고 있었다. 매수세를 이어가던 외국인들은 지난 일주일 동안 2800억원 가량을 순매도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기관들이 펀드 환매 압박 등으로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 외국인들의 방향성에 따라 우리 주가의 방향도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가 약세는 IT·자동차주 차익실현과 2분기 기업실적 악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IT·자동차 종목은 유가에 의한 충격이 적고 2분기 실적도 탄탄한 편이지만, 단기간에 급등해 주가가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올랐다.

지난주부터 기관과 외국인들이 주도주인 IT·자동차 업종의 차익실현 매물을 내놓기 시작했고 이 영향으로 코스피지수는 조정을 받았다. 주도주의 조정은 지수의 조정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분기 기업실적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도 커졌다.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은 기업의 비용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실적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화학·항공·해운 관련 종목들은 고유가 악재를 직격탄으로 맞아 수익성 악화가 점쳐지고 있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종현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유가 수준은 2차 오일쇼크 수준까지 올라선 수준”이라며 “지금과 같은 수준이 계속된다면 경제성장률, 소비, 경상수지 등에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증시에서 모멘텀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가의 고공행진이 지속될 경우 의미있는 주가 반등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코스피지수는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 10배 수준인 1720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