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 물류업 전반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지난 20일 물류컨설팅 전문업체 힐스로지스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자신을 택배업계 고위 관계자라 밝힌 그는 차량 수·배송 시스템인 운송관리시스템(TMS: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을 고도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TMS 중 차량관제 부문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는 대신정보통신으로도 관련 문의가 늘고 있다. 물류업체들이 고유가로 한층 더울 이번 여름을 TMS 솔루션으로 식히려 하는 것.
◇고유가 시대의 살길은 ‘TMS’=TMS는 운송비용 절감 차원에서 도입된 IT 솔루션으로 실시간으로 차량 운송 현황을 파악해 통제하는 시스템이다.
과정은 고객으로부터 화물을 접수해 출하할 물동량·운송지 등을 고려해 라우팅 엔진(배차경로 탐색 엔진)으로 운송 계획의 밑그림을 그린다. 실제로 운송이 시작되면 GPS 정보 등을 활용해 배송상태를 모니터링한다.
지난해 1월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2004년도 국가 물류비 및 관련지표’에 따르면 전체 비용 중 운송비 비중이 76.5%로 절대적으로 높다. 과거 대규모 물류업체와 제조업 기반 대기업 유통·물류 부문에서 TMS를 도입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기름값이 ‘금값’으로 치솟아 물류업체들의 ‘TMS 구축’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과제로 떠올랐다.
◇앞다투어 TMS 구축·고도화=CJ GLS는 2002년 관계사인 CJ시스템즈에서 ‘한국형 라우팅 엔진’을 개발해 업그레이드를 추진 중이다. 라우팅 엔진은 인공지능 기술이 바탕이 된 것으로 배차경로 등을 탐색하는 시스템이다.
CJ GLS 관계자는 “과거에는 라우팅 엔진 결과 값으로 도출한 배송경로 오류가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성공률을 70%로 끌어올려 선진국 수준으로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에 CJ GLS는 최근 KT그룹의 물류계열사인 KT물류와 TMS 솔루션 공급계약을 맺는 등 향후 TMS 솔루션 해외 수출도 추진 중이다.
해외 엔진을 한국 도로 사정에 맞춰 여타 TMS 솔루션과 함께 패키지로 공급하는 형태도 늘고 있다. 대신정보통신은 일본 히타치에서 엔진을 들여와 농협 하나로마트와 파리크라상의 유통물류 부문에 TMS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 회사 장동환 사업팀장은 “배송경로·모니터링·결과 값을 통한 경로 수정 등 TMS 솔루션의 연동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진은 현재 글로벌 물류컨설팅업체와 제휴를 모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UPS의 계열사인 UPSLT 등 일부 해외 물류컨설팅업체와 한진이 TMS 추진을 위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엔진 개발 시급=‘라우팅 엔진’은 국내 기술력으로는 개발이 쉽지 않아 대부분 해외에서 들여온다. 그러나 캐나다의 ‘뻥 뚫린’ 도로와 한국의 ‘빡빡한’ 도로 환경이 같을 수 없다. 비싼 돈을 주고 엔진을 사왔지만 실제로 배송과정에서 GPS와 연동이 안 되는 등 오류가 자주 발생했던 것.
이에 전문가들은 한국 도로 사정에 맞는 차별화된 라우팅 엔진 구축 개발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심지어 국제 특송업체가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는 TMS 솔루션을 한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일도 있다는 것. DHL 관계자는 “한국은 까다로운 도로 사정으로 TMS 솔루션 적용이 힘들어 배송인력의 자체 노하우에 의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동환 대신정보통신 팀장은 “일본은 국가에서 직접 비용을 지원해 자체 라우팅 엔진을 개발했다”며 “고유가 시대의 압박에서 탈출하기 위해 자체 엔진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박명규 힐스로지스 사장은 “TMS 구축을 해 놓고 오히려 비용이 는 사례도 있다”며 “IT 활용 마인드를 제고해야 TMS 효과도 가시화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진욱기자 cool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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