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앞으로 5년 동안 수익성이 나지 않는 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대대적인 사업 구조 개선에 나선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이와 관련, GE의 가전사업부 인수 의사를 내비쳐 주목된다.
남용 부회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동관 3층 이벤트 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앞으로 5년 동안 사업 철수, 아웃소싱 확대, 신사업 참여 등을 통해 사업 구조를 전면 뜯어 고치겠다”고 밝혔다.
또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를 갖춘 형태로 사업 조정이 이뤄지면 매출 성장률 10% 이상, 영업 이익률 6% 이상, 자산 회전율 4배 이상, 투자 대비 수익률(ROIC) 20% 이상의 성과를 거두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남용호’ 출범 후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간담회에는 정도현 부사장(CFO), 더모트 보든 부사장(CMO)이 함께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남용 부회장은 지금까지 LG전자는 ‘첨단 기술을 갖춘 글로벌 전자업체’로 평가를 받았다면 앞으로는 ‘최고 수준의 마케팅 역량을 갖춘 세계적인 마케팅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대비 마케팅 예산을 4억달러 정도 늘려 잡아 브랜드 투자를 강화하기로 했다. 늘어난 예산 중 상당 부분은 올해 초 새로 정립한 LG전자의 브랜드 이미지(BI)를 세계 곳곳에 자리 잡는 데 투자할 계획이다.
고수익 위주로 사업 구조도 개편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과감한 사업 철수를 비롯한 중국 등 제조 단가가 낮은 나라로 아웃소싱 확대, 태양 전지 사업을 포함한 에너지, B2B 솔루션, 헬스케어 등 새로운 사업에도 뛰어들기로 했다. 신규 사업은 지난해 사업 검토를 거쳐 이미 확정한 사안으로 상당한 수준까지 투자가 이뤄져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일부 사업부는 조정 작업에 착수했다. 시장에서 ‘철수설’이 돌았던 컴퓨터와 MP3 분야는 사업은 지속하는 대신에 연구개발 인력은 휴대폰 쪽으로 흡수해 스마트폰과 같은 부가가치가 높은 쪽으로 ‘선택과 집중’을 끌어내겠다고 언급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인력과 프로세스 개선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남 부회장은 “앞으로 큰 숙제 중의 하나가 글로벌 표준을 성공적으로 뿌리내리는 것”이라며 “영어 공용화, 외국인 임원 영입 등 모두 이런 차원에서 진행됐으며 이를 조직 운용과 업무 프로세스 등 회사 경영 전반에 접목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최근 최고경영자와 최고 재무담당자를 제외한 마케팅(더모트 보든), 구매(토머스 린튼), 공급망 관리 (디디에 셰네보), 인사(레지날드 불) 분야를 총괄하는 부사장급 경영진은 모두 외국인으로 갈아 치웠다.
한편, 남용 부회장은 GE 가전사업부 인수 가능성에 대해 “전 세계 가전시장의 구도를 바꾸는 일인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GE는 가전사업부를 50억∼80억달러(5조∼8조원)에 매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LG전자는 중국 하이얼, 독일 보시 앤드 지멘스 등과 함께 인수에 나설 예상 후보기업으로 손꼽힌다.
강병준기자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