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상가 ‘3無 3중고’

집단상가 ‘3無 3중고’

 디지털 백화점으로 국내 전자유통 시장에 새 바람을 몰고 왔던 집단상가가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입주하는 판매상이 줄어들고 가전 유통에 있어 삼성전자·LG전자의 독주로 제품의 다양화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디지털 휴대기기의 최대 수요층인 젊은이들이 눈에 띄게 줄면서 3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집단상가는 문을 연지 수 개월이 지나도록 공실률이 60%대에 머물고 있어 수익률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전문가들은 “몇 해 전부터 하이마트·디지털프라자·하이프라자 등 전자전문 양판점이 30만 인구 이상의 전국 주요 상권을 장악하면서 수요가 이들로 옮겨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수요를 예측하지 못한 과잉 투자로 인해 수도권 집단상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공실률은 높아지고=디지털 전자제품을 찾는 수요가 크게 줄면서 집단상가 공실률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노그룹이 문화·예술·오락·레저형 쇼핑센터로 국내 전자유통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소풍’은 개점 6개월이 넘도록 공실률이 60%대에 머물고 있다. 전국 규모의 디지털 집단상가 시대를 여는 1호점이라는 광고가 무색할 정도다.

 황기선 이노그룹 마케팅팀장은 “입점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나 좀처럼 판매 상인이 늘고 있지 않다”며 “비수기인 점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집단상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신도림 테크노마트는 현재 공실률이 30%대에 머물고 있으며 용산 아이파크의 경우도 휴대폰 매장을 제외한 일부 층별 공간이 비어 있는 상태다.

 ◇제품 다양화는 낮아지고=국내 가전 유통에서 삼성과 LG전자의 시장 지배력이 갈수록 강화되면서 집단상가 매출은 갈수록 위축되는 모습이다. 그나마 카메라 시장을 니콘과 캐논 등이 점유율을 선점하면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집단상가의 한 축을 구성하던 소니·필립스·파나소닉 등 외산 가전업체들이 시장에서 밀리게 됐고 외산이 강한 TV 부문에서 조차 국내 기업에 의해 퇴출당하면서 제품의 다양화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외산 가전매장이 대거 철수하게 됐고 분양상가의 공실률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또 각 층별 상권을 특성화했던 상품 구성 전략도 무너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 수입가전 매장 관계자는 “국산 제품 가격이 싸고 성능도 좋아 외산을 찾는 고객이 급속히 줄고 있다”며 “많은 가전매장이 소형 가전으로 업종 전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휴대기기의 최대 수요층인 젊은이들의 평일 방문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의 영향도 있지만 10∼20대 젊은 소비자 층이 집단상가의 매출 최대 ‘황금 시간’인 오후 6시부터 8시 사이에 학원에 다니면서 매기가 끊기는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후 테크노마트 홍보팀장은 “집단상가의 특성상 아파트 밀집 지역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위치해 있어 저녁 시간대에 소비자들이 많이 찾았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젊은층의 고객이 크게 줄면서 평일보다는 휴일 가족 나들이 방문객이 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동석기자 d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