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5년간 사업 포트폴리오 전면 재조정"

LG전자 "5년간 사업 포트폴리오 전면 재조정"

 “국적 없는 회사를 만들겠다.” 지난해 1월 취임 후 인력에서 프로세스, 마인드까지 과감한 변화를 촉구했던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LG전자는 이제 변화의 시작”이라며 강도 높은 혁신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글로벌 LG’를 위해 5년 동안 사업부를 전면 재조정하겠다고 밝혀 고수익 사업 구조로 새롭게 LG전자를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철수 검토 대상의 사업부, 삼성과 패널 공동 합작 진척 여부, 반도체 재참여 여부, GE 가전 사업 인수와 같은 미묘한 사안은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남용 부회장이 언론과 정식으로 만나기는 취임 5개월째인 지난해 5월 이후 1년 만이다. 다음은 기자 간담회에서 이뤄진 일문일답. ( ) 안은 분석과 보충 설명.

 ―‘세계적인 마케팅 회사’라는 표현이 좀 모호하다.

 ▲‘고객 인사이트’라는 관점에서 바라봐 주기 바란다. 디자인과 기술 모두 최고 수준을 요구하는 고객을 타깃으로 그들에게 가장 알맞은 솔루션을 주는 회사를 말한다. 이를 위해 마케팅 예산을 4억달러 늘려 세계 곳곳에서 LG 브랜드를 확실하게 자리 잡는 데 집중하겠다(참고로 LG전자는 전체 매출의 5% 이상을 마케팅 예산으로 지출해 지난해 22억달러(2조3000억원) 수준이며 4억달러를 추가하면 글로벌 기준으로 총 마케팅 예산은 2조700억∼2조800억원으로 늘어난다).

 ―철수 사업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모든 기업이 그렇듯이 수익성이 나지 않는 사업이 우선 대상이다. 이를 위해 2010년까지 각 사업부를 대상으로 수익성 분석과 같은 리뷰 작업을 벌이겠다. ‘2010년 글로벌 톱3 진입’이라는 슬로건에 걸맞지 않은 사업은 아웃소싱, 축소하거나 매각할 수도 있다.

 ―LG전자 2분기 실적 전망은.

 ▲서브 프라임 여파로 생활 가전이 고전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1분기를 보니 북미에서 6% 성장했다. 디스플레이는 턴어라운드에 성공했고 디지털미디어 쪽도 지난해보다 좋아질 것으로 본다. 휴대폰도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GE 인수설이 나돈다.

 ▲아직까지 인수 계획도, 그쪽 경영자를 만날 약속도 없다. 그러나 세계 가전시장 구도를 바꾸는 일인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태가 어떻게 변할지 주시하고 있다. 그 이상은 이야기하기 곤란하다(GE는 가전사업부를 50억∼80억달러에 매각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고 LG전자는 중국 하이얼, 독일 보시 앤드 지멘스 등과 함께 인수 예상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반도체 사업을 다시 시작할 계획은.

 ▲확실히 하겠다. 하이닉스는 전혀 관심이 없다. 반도체 사업은 생산라인(팹)만 없을 뿐이지 일부는 이미 의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주문형 반도체(ASIC), 칩 설계 분야는 이미 세계 수준에서 경쟁할 만큼 노하우와 인력을 확보한 상태다.

 ―사업 철수에 소문처럼 PC와 MP3 등이 포함돼 있나.

 ▲철수 건은 좀 미묘하다. 해당 사업부 직원의 사기도 고려해야 한다. 조만간, 하나 둘 공개하겠다. 분명한 점은 PC 연구 인력은 휴대폰 쪽으로 일부 흡수했다. 부가가치가 높은 쪽으로 구조조정은 모든 기업의 현안이다. 아웃소싱도 마찬가지다. LG도 예외일 수 없다(시장과 증권가에서는 LG전자가 노트북PC 부문을 중국 L사에 매각한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수익성과 시장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회사 재무 구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는 현금 흐름을 보이면 해당 사업은 재정비 대상이다.

 ―신사업이 모두 커머셜(B2B) 쪽인데.

 ▲LG는 시스템 에어컨을 비롯한 B2B 분야의 충분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커머셜 쪽은 소비재(커머스) 시장에 비해 수익성이 좋다. 태양전지, B2B 솔루션, 헬스케어 분야는 이미 시장 조사와 검토를 끝마쳤고 미래 주요 사업의 하나로 전략적으로 집중할 계획이다.

 ―‘PDP 철수설’이 도는데.

 ▲근거 없다. 그러나 당분간 대규모 투자는 없을 것이다. 수익성은 낮지만 현금 흐름이 양호한 PDP사업은 당분간 유지되며 다만 기본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제외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계획은 없다.

 마지막으로 남용 부회장은 취임 1년을 넘기며 “주요 경영진을 포함한 인재 영입도 성과를 거뒀고 여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구축해 올해부터 글로벌 프로세스 표준화 작업이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