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공유, 개방의 웹2.0시대에 저작권은 보호해야 할 중요한 가치면서 동시에 새롭게 등장하는 비즈니스 모델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현행 국내 저작권법은 저작권 보호의 측면을 강조하다 보니 사용자의 이용 활성화를 어렵게 하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디지털 시대에 맞는 저작권 패러다임을 형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됐다.
본지가 주관하는 정보통신미래모임(회장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은 지난 27일 저녁 서울 역삼동 삼정관광호텔에서 ‘저작권과 그 한계’를 주제로 5월 정기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상조 서울대 법대 교수의 발표를 시작으로 최종철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정책과 사무관, 조규진 파수닷컴 상무의 패널토론까지 2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디지털 시대에서 현행 저작권법이 갖는 한계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발표자로 나선 정상조 교수는 “구글과 같은 웹2.0 기업의 등장은 누가 어떤 권리를 갖는지 저작권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며 “21세기에는 저작권법을 새로운 시각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대 변화 반영한 법 체계 필요 =정상조 교수는 “디지털 세상에서는 기존의 저작물의 수정과 가공이 쉽고, 저작권이 누구에게 속했는지 불분명할 때가 많다”며 “소송이나 분쟁이 발생했을 때 저작권법이 명확하게 적용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저작권은 보호만큼 이용 활성화가 중요한데 현행 저작권법은 하나라도 잘못을 저지르면 고소를 통해 형사처벌을 하고 있도록 한다”며 한계를 지적했다.
최종철 사무관은 “(한미 FTA 후속조치로)저작권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으며 일시적 저장의 복제 인정, 불법 게시자의 정보 제공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현행 저작권법의 모호성을 극복하기 위해 자율적인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됐다.
임규관 SK텔레콤 u시티 사업추진단장은 “저작물의 변형·가공에 대해서 어느 정도까지 허용하는지 고도의 불확실성이 있다”며 “웹2.0 환경에서는 계속해서 편집가공이 이뤄지고 있는만큼 가이드라인이나 자율적인 규제가 만들어지는 것이 효율적이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제호 성균관대 의대 교수는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면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전문변호사나 학자들의 컨설팅을 통해 기업이 한 단계씩 나아가게 한다”며 “국내에서도 소송 절차 이전에 구제제도나 조정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저작권법을 국제적인 흐름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기식 한국전자통신연구원 IT기술전략연구단장은 “유럽 쪽 특히 독일은 수학연산식도 저작권의 범위에 넣자는 논의가 일고 있는만큼 표준화 부분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용자 측에서 고민해야=저작권과 관련된 논의가 소비자를 배재하고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오재철 아이온 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저작권 침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소비자를 매우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며 “최근의 저작권 위반이라는 논의는 소비자에게 가혹한 방향으로 논리 전개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이런 부분 역시 제도적으로 검토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 역시 “현재 저작권의 가장 큰 죄는 걸림죄”라며 “불명확한 게 가장 큰 문제고, 앞으로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모양이 됐던 정확하고 믿을 수 있는 규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강제적인 규제보다는 자율 규제가 빨리 정착됐으면 좋겠고, 이와 동시에 문화의식 운동도 전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인터넷 상에서 허락된 저작물을 좀 더 쉽게 사용하는 것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소개됐다.
최종철 사무관은 “온라인 상에서 개인적으로 이용허락을 받기가 여러운 점을 감안해 온라인 상에서 사용허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디지털 저작권 거래소 설립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상조 서울대 법대 교수
-연사 : 정상조 서울대 법대 교수
-주제 : 디지털 시대, 저작권에 대한 새로운 시각 필요하다.
저작권은 지금 한창 발전하고 있는 인터넷 산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이베이, 유튜브, 구글 등의 출현으로 웹2.0 시대가 도래하면서 저작권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이베이는 사용자들이 올린 수백만건의 상품 사용경험과 쇼핑정보 등 데이터베이스를 집합해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모델을 갖고 있다. 경쟁사인 비더엣지가 이베이의 DB를 그대로 복사해서 썼을 때 이 기업이 이베이의 저작권을 침해했는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기존의 법 체계로는 이런 새로운 모델에 대해서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유튜브, 냅스터, 소리바다도 마찬가지다. 만약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이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수정, 가공한 것일 경우 저작권 침해라고 판단하기 매우 어렵다. 냅스터·소리바다 같은 P2P사이트는 파일정보를 누가 갖고 있는지를 연결시켜주는데, 이들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하는 것 역시 어렵다.
이처럼 디지털 환경하에서 저작권법이 한계를 보일 때 법원이 창의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비더엣지 사건에서 미국 법원은 저작권 침해는 아니지만 복제 행위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저작권법이 한계에 부딪혔을 때 미국 법원이 창의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예다.
소리바다를 저작권 침해라고 한 경우나, 법무법인들이 청소년들을 무차별로 고소하는 사례를 볼 때 형사처벌을 우선시 하는 저작권법 체계는 명백하게 문제가 있다.
저작권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저작권 보호도 있지만 이용 활성화를 통한 문화와 산업의 발전이다. 저작권 보호를 통해서 문화가 발전하는 것이 궁극적인 취지라는 뜻이다. 여러 가지 기술을 이용해서 널리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주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매킨토시와 MS를 비교해 보면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인터페이스를 공개하지 않은 매킨토시는 망했지만, 과감하게 협력사에 인터페이스를 무료로 공개한 MS는 강자가 됐다. 저작물의 보호 강화도 중요하지만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사업 모델이다.
◆패널발표
◇연사 : 최종철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정책과 사무관
주제 : 저작권 보호와 공정이용 동시에 강화할 것.
정부의 가장 큰 과제는 불법 복제 근절을 통한 콘텐츠 산업 생태계의 복원이다.
현재 온라인 상에서 저작권 침해는 작은 것이 쌓여서 큰 것을 무너뜨리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올해 정부는 불법복제 근절을 우선시하고 있다.
정부의 저작권 단속 방침은 개별 이용자가 아닌 불법적으로 서비스하는 사업자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청소년들은 자신이 이용하는 서비스가 불법인 줄 모르고 이용했다가 범법자로 몰리는 일이 있는데, 이런 선의의 피해자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또, 불법 사업자에 대해서는 지금과 같은 과태료 처분이 아니라 더욱 강력한 제재조치도 강구하고 있다.
형사처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데, 미국처럼 일정 금액 이상을 상습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형사처벌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법도 생각했다. 하지만 개별 사용자들이 주고받는 모래알 같은 콘텐츠가 쌓여서 문화산업 전체를 흔들리게 하고 있다. 형사고소 대신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것도 민사에 3년 이상 걸리는 우리 법 현실에서는 어려운 부분이다.
공정한 이용 활성화를 위해서는 확대된 집중관리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이용되는 저작물에 대해서 저작권자가 개별 허락하는 것이 어렵다. 신탁관리단체가 있지만 모든 저작물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저작권자가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사용 후 보상을 하는 확대된 집중관리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패널:조규진 파수닷컴 상무
주제:저작권자가 유통의 핵심이 돼야
디지털 시대에 저작권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저작권자가 유통의 핵심이 돼야 한다.
현재 인터넷 산업구조를 보면 포털이나 이통사가 중심에 서 있고, 이들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사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저작권자가 자신의 콘텐츠가 어떤 경로를 거쳐 어디서 유통되는지를 알기가 어렵다. 저작권자는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콘텐츠 대한 권한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산업이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저작권자들이 유통의 핵심이 되는 플랫폼이 형성은 중요하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콘텐츠 저작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권리와 수익이 돌아가는 시스템이 형성되면 더욱 발전할 것이다.
저작권과 관련된 논쟁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것이 저작권 침해인지 모호한 때가 많은데, 이는 저작권의 정의를 저작권자에게 주면 쉽게 풀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자에게 이용범위와 이용금액 등을 분명히 표시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면 된다. 이는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 저작권 보호 기술에 대해서 부연한다면 국내는 저작권 보호를 위한 기술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
파수닷컴도 법적으로 어떤 기술이 필요하다고 결정이 되면 그에 맞는 기술을 구현해 공급할 수 있다. 저작권자가 중심이 된 저작권 보호의 범위가 재정립이 기술보다 우선시돼야 한다.
이수운기자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