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HP가 글로벌 프린터 시장 1위 자리를 놓고 ‘진검 승부’를 시작했다.
삼성은 ‘HP 타도’를 목표로 글로벌 프린터 시장 개척을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삼성은 2012년 레이저프린터 시장 세계 1위를 목표로 HP에 비해 다소 부족했던 기업용 제품 라인업을 크게 늘렸다. 이에 맞서 삼성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던 HP도 본사 차원에서 전략형 제품 개발에 나서는 등 ‘삼성 방어’에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삼성과 HP는 가장 유망한 컬러 레이저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달리고 있는 시장 주도업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HP가 51.2%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삼성도 2005년 불과 5%대에 불과하던 점유율을 꾸준히 끌어올려 16%대로 진입하는 등 HP를 무섭게 따라붙고 있다.
삼성은 최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기업용 제품 9개 모델을 대거 출시했다. HP에 비해 부족했던 제품 라인업을 늘리면서 삼성은 공격 경영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 삼성은 2012년 세계 1위 프린터 업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최소형 컬러 레이저프린터를 내놓으면서 소비자 시장에서 삼성 브랜드가 크게 올라가 있는 상황”이라며 “다소 취약했던 기업용 제품·솔루션·서비스까지 갖춰 세계 시장에서 한판 겨뤄 볼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또 프린터를 반도체·휴대폰·디스플레이를 잇는 4대 성장사업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 이장재 전무는 “최소형 컬러 레이저 제품을 내놓으면서 레이저 시장의 승기를 잡았다”며 “뛰어난 성능과 안정성에 사용 편의성을 강화한 혁신적인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세계 프린터 시장에서 삼성의 브랜드를 알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삼성의 공격 경영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HP도 내부적으로 사업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연내에 삼성이 세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보급형 컬러 레이저프린터를 겨냥한 HP 전략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프린터 자체 엔진 기술을 기반으로 기능은 단순하면서도 가격을 크게 낮춘 제품을 목표로 개발에 착수한 것이다.
조태원 한국HP 부사장은 “HP가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에 대해 다소 수세적으로 일관해 온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불과 1, 2년 사이에 삼성이 주요 지역에서 무섭게 시장 점유율을 올려 나가면서 본사 차원에서 대응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HP는 이미 내부적으로 삼성을 겨냥한 제품 개발을 시작했으며 이르면 연내에 보급형 라인업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은 국내를 포함해 인도·유럽 등 전략 지역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총력전을 벌여 왔지만 1위 HP는 그동안 지나친 가격 경쟁을 우려해 ‘맞대응’을 자제해 왔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컬러 레이저 분야에서 삼성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05년 5.3%로 7위권에 머물렀지만 2006년 7.1%로 HP와 오키에 이어 3위권에 진입한 이후 지난해 점유율을 16%대로 두 배 이상 올려놓아 ‘넘버 2’로 부상했다. 국내에서도 초소형 컬러 레이저복합기 ‘레이’를 앞세워 컬러 레이저프린터와 복합기 분야는 사실상 부동의 1위 업체로 시장을 장악한 상황이다.
강병준·차윤주기자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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