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e & Biz](21)어세룡 인스웨이브 사장

[Wine & Biz](21)어세룡 인스웨이브 사장

 “사업을 하면서 스스로 정해 놓은 신념은 바로 정직과 겸손입니다.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하는 도리지만, 사업을 하다 보면 이를 잊게 되죠. 이런 점에서 와인은 정직과 겸손을 가르쳐 주는 훌륭한 비즈니스 도구지요.”

 어세룡 인스웨이브 사장은 비즈니스로 인간 관계가 형성될 때 겸손은 필수 덕목인데, 와인은 서로 경험과 지식을 경청하게 해 겸손한 마음을 갖게 한다고 설명했다.

 와인은 깊은 문화와 역사를 간직하고 있어 전 세계 사람을 이어주고, 작게는 비즈니스맨의 냉철한 삶의 단편에 낭만적인 인간 관계를 선물한다.

 어 사장이 와인과 인연을 맺은 건 2002년 다니던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사업을 시작하면서다. 그는 여의도에 작은 사무실을 얻어 5명의 동료와 함께 벤처를 시작했다. 매달 월급 주는 일도 쉽지 않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들른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로 점심을 함께하며 그 당시 상황과 어울리지 않게 와인을 한 잔씩 했다고 한다.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나온 창업 멤버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했지요. 솔루션 개발에 답답했던 직원들에게 그렇게 계획에 없던 와인과 파스타 점심은 큰 활력소로 작용했어요.”

 그는 그날 파스타를 먹었던 식당에서 인터뷰를 하며 과거를 떠올렸다. 5명으로 시작했던 인스웨이브는 지금은 80명이 넘는 직원이 함께하는 중견 벤처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는 직원들과 와인 이야기를 즐겨한다.

 “샴페인을 고를 수 있는 남자와 결혼하세요.” 그가 여직원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샴페인은 시원하게 온도를 맞추는 등 다른 와인보다 더 섬세하게 준비해야 참맛을 알 수 있는 와인이기 때문이란다. 그만큼 준비성이 철저한 남자들이 고를 수 있는 술이라는 것.

 인터뷰한 날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한 기쁨에 넘쳐 있던 어 사장은 프랑스산 ‘샹볼 뮈지니 에르베시고 2003’로 축하주를 들었다.

 샹볼 뮈지니는 포도의 수확량을 줄여가는 농법으로 소수의 열매에 영양분을 집중시켜 맛의 품격을 높인 와인이다. 특히 샹볼 뮈지니 에르베시고 2003년산은 2004년보다 날씨가 조금 더웠던 때라 당도가 조금 높게 나오면서 맛이 풍부하다.

 어 사장은 샹볼 뮈지니를 한 모금 마신 후 “와인 가득 싱그러움이 넘쳐나 딱 5월 날씨와 같다”며 구로밸리의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김인순기자 in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