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장품] 박철 한국실버샤인 지사장

[나의 소장품] 박철 한국실버샤인 지사장

 매년 대청소를 할 때면 오래된 물건을 정리하려 애쓰지만 아련한 기억을 담고 있어 차마 버릴 수 없는 것이 있다. LP판, 어쿠스틱 기타, 소형 카세트 플레이어 등이 그런 것인데 그중에서 10년을 넘긴 VHS비디오테이프는 특히 애착이 가는 물건이다. 우리 집 장남의 돌잔치 동영상이 담겨 있다.

 만 10년 전, 부모님의 우려 속에 철부지 굳은 결심으로 생계 대책도 없이 결혼했던 학생부부에게 당황스럽게 찾아왔던 큰 아이다. 졸업 작품을 준비하던 아내에게 큰 행동의 제약을 주었고, 출산 후에는 취업에 걸림돌이 됐다. 물론 나에게도 큰 변화가 생겼다. 어렵게나마 취업한 아내를 대신해 육아는 학생신분이었던 내 차지가 됐고, 저녁에는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등교를 위해 아이 맡길 곳을 찾느라 분주했고, 한때는 육아를 위해 휴학도 했다.

 그래서인지 어려운 상황에서도 돌잔치만은 꼭 해주고 싶었다. 비록 성대하지는 못했지만, 친지·친구·선후배들을 초대해서 알차게 열었던 돌잔치였다. 선배에게 캠코더 쵤영을 부탁했었고, 단 한 장면이라도 놓치지 말기를 부탁해 찍은 결과물이다.

 비디오에는 지금보다 훨씬 젊은 부모님이 계시고, 이제는 해외에 있어 보지 못하는 형제와 친구들도 있다. 아이는 노래가 나올 때마다 당시 유행하던 도리도리 춤을 추며 머리를 흔들어대다 어지러워 넘어진다. 손님들은 한 사람씩 돌아가며 아이에게 덕담을 해준다. 모두들 애정을 담아 “착하고 건강하게 자라거라” “훌륭한 사람이 되거라”라고 말하고 있고, 혹자는 “아빠처럼만 되지 말거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마지막에 아내는 아이를 정직하고 반듯한 사람으로 키우겠노라고 다짐하며 결국에는 눈물을 보인다.

 이렇듯 큰 아이에 대한 어릴 때의 기억과 돌잔치의 추억이 어우러져서인지 아이를 대하는 나의 감정은 각별하다. 부자애와 더불어 동료애까지 느끼며 큰 아들을 바라본다. 힘든 시절을 같이 겪어 온 동지로서, 어려웠던 시절에도 모난 데 없이 잘 커줘서 고맙다는 것과 그럼에도 엄마, 아빠가 세상에서 최고라고 해서 뿌듯하다고 말하고 싶다. 내 젊은 시절 힘겨웠던 기억과 아이에 대한 사랑을 새삼 되새기게 만들어 주는 이 비디오테이프는 평생 나의 소장품으로 남을 것이다.

 또 하나, 이 비디오테이프 덕분에 구닥다리 퇴물인 VHS비디오 플레이어도 그 가치를 부여받고, 대청소 때마다 정리 대상에서 제외받고 있다.

 charles@silvershi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