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증권사들이 채택하고 있는 IB사업부 조직 모델로는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 것이다.”
얼마 전 이근찬 하나IB증권 대표는 “폐쇄적인 ‘한국적 IB사업모델’이 우리 증권사들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며 업계 조직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올 2월부터 하나IB증권이 IB사업부의 팀제를 폐지하는 등 파격적 변신을 시도하는 것은 한국적 IB사업모델 타파와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종전의 조직 구조로는 부서간 시너지를 내지 못해 미래를 대비하는 장기적 전략 수립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IB비즈니스는 협업을 통한 시너지가 중요하다”며 “자기 혼자 잘난 ‘슈퍼스타’인 직원은 필요없다”고 말했다.
◇기업에 관한 전문지식으로 연속적 IB비즈니스 창출해야=현재 증권사들이 운영하는 조직 구조는 IB관련 부서간 정보공유는 물론 기업 네트워크 관리에도 어려운 부분이 많다.
기업공개(IPO), 증자, 채권발행, 인수합병(M&A) 등 기업이 필요로 하는 IB서비스는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연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의 상황에 맞게 채권발행, 인수합병, 자산 컨설팅 등 여러 부서 인력이 골고루 배치돼 시너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증권사의 장기적 포지셔닝보다는 팀 차원의 영업이 우선시 돼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팀간 기업에 관한 정보가 잘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IB비즈니스가 단발성으로 끝나는 경우도 흔하다.
기업과의 관계를 통해 이루어지기 보다는 부서별로 해당기업에 거래(deal)를 떼오는 식이다. 이런 비즈니스 행태는 해당기업에 대해 전문성을 갖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기도 하다.
한 증권사 IB업무담당 관계자는 “우리 부서가 다른 부서에 기업의 핵심거래정보를 제공해 ‘딜(deal)’이 성사돼도 아무런 인센티브가 없다”며 “기업 정보는 보통 부서내에서만 공유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IB업무 자체가 은밀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정보공유를 꺼리는 이유”라면서 “인수합병에 관한 정보가 외부로 새 나가면 업무 진행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단기 실적 위주의 성과평가 시스템도 문제=IB업무는 거래별로 성과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분야기 때문에 각 부서에서는 신입사원을 교육해 키우기 보다는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한다. 회사의 성과평가 시스템이 장기적 수익보다는 단기적 수익에 집중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한국적IB 비즈니스 모델’로는 증권사들이 글로벌 IB로 성장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을 통해 신입사원을 양성하지 않는다면 막대한 미래수익은 물론 장기적 계획수립도 어렵다는 것이다. 증권사 인력 담당 관계자는 “이 같은 문제점을 잘 알고 있지만 회사가 당장 눈앞의 성과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장기적 전략으로 시스템이 구축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