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금융계는 세계적인 투자은행(IB:Investment Bank)을 키워내고 말 것이란 꿈에 젖어 있다. 얼마 전 정부는 금융업의 발목을 옭아매던 불필요한 규제들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자본시장통합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기존의 칸막이식 규제 안에서 보호받던 증권·은행·보험 관련 금융회사들은 내년 2월 시행되는 자통법을 대비해 새로운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증권사들은 투자금융업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대형 증권사들은 벌써 몇 년 전부터 글로벌 IB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IB사업부문 조직을 키우고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증권사들이 IB시장에 뛰어들기는 했지만 외국계 IB들이 쌓아놓은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고 견고해 거래를 성사시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조차 굵직한 기업의 인수합병(M&A) 주간사는 골드만삭스·메릴린치·JP모건 등 외국계 투자은행이 맡는다. 올해 상장하는 대형사들의 기업공개(IPO) 주간사는 대부분 외국계 IB가 차지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증권사들은 똘똘 뭉쳐 협업하기보다는 부서 우선주의가 판치는 듯하다. 증권사들이 조직 시스템 정비를 거친 내부단속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정보 통합부서를 만들어 IB부서 간 정보공유를 독려하고 있지만, 미미한 효과밖에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증권사들은 신입사원 교육으로 글로벌 플레이어를 키워내기보다 우선 써먹을 수 있는 경력직만 선호한다.
바닥부터 튼튼히 기반을 닦아 놓지 않고서는 성을 쌓기는커녕 작은 초가집 한 채 짓지 못한다. 지금 우리 금융사들은 IB로 크기 위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이런 문제점들이 훗날 좌절과 실패의 추억이 아닌 방향 전환의 전주곡으로 기억됐으면 한다.
이형수기자<경제교육부> goldlion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