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대단한 삼성전자 자회사의 위력’
반도체·LCD 장비업체인 세메스가 올 들어 국내 장비 시장에서 확고한 1위 자리를 굳히며 나홀로 독주체제를 구축했다. 국내 장비 시장 역사상 처음 분기 매출 1000억원대를 돌파하고, 두자릿수 이익률을 기록한데 이어 현 수주잔고도 중견 장비업체의 연 매출 규모에 달한다. 올해말이면 국내 장비 업계 처음 매출액 4000억원대 고지 달성도 가능하다는 평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세메스(대표 이승환)은 지난 1분기 1206억여원의 매출에 125억여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만 따져도 지난해 연간 전체 실적의 40%를 오가는 수준이다. 지난해에 매출액 3013억여원과 295억여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순수 장비업체로는 처음 3000억원대를 넘어섰다. 세메스와 외형경쟁을 해왔던 에스에프에이·주성엔지니어링은 올 들어 상대적으로 저조한 상황이다.
장비와 함께 물류·공장 자동화 설비업을 겸하는 에스에프에이는 지난 1분기 705억여원의 매출액과 86억원의 영업이익에 그쳤다. 주성엔지니어링도 390억원의 매출액에 16억여원의 영업이익을 낸 정도다.
이처럼 경쟁사들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세메스가 독주하는 데엔 삼성전자 자회사의 후광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LCD 업종에서는 설비투자가 활발한 반면, 반도체 분야는 신규 투자가 거의 실종됐다. 나머지 경쟁사들은 LCD에서 돈을 벌어들이더라도 반도체 장비 사업의 부진이 전체 실적에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세메스만 끄떡없다. 반도체 장비사업에서 삼성전자 국내 사업장은 물론,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의 증설투자까지 잇따라 수주하며 여전히 호황을 누린다. 실제 지난 1분기 전체 매출 1206억여원 가운데 46%에 달하는 556억원을 반도체 장비로 거둬들였다. 절반이 약간 넘는 630억원 가량을 LCD 장비 사업이 차지했다.
더욱 눈에 띄는 대목은 지난 1분기말 세메스의 수주잔고다. 세메스는 반도체 장비로만 644억원, LCD 장비에선 686억원의 수주잔고를 기록했다. 1분기 매출액을 뛰어넘는 1330억원 정도가 이미 확보된 셈이다.
업계는 연말께 세메스가 국내 장비 시장을 사실상 평정하는 것은 물론, AKT·도코일렉트론·울박 등 해외 장비업체들과도 견줄 수 있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점친다. 경쟁사 관계자들은 “그동안 축적한 경쟁력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삼성전자의 전폭적인 지원도 무시할 수 없지 않겠느냐”면서 부러움을 표시했다.
서한기자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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