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가 마무리 조짐을 보이는 반면 원화 약세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고유가 지속 및 자금 조달 여건 악화로 장기적으로 원화약세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소비자 신용부실 확대, 유럽의 주택시장 거품 붕괴 조짐, 동유럽의 외환 안정성 악화 등 글로벌 신용경색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이에 따라 유동성이 다시 안전자산으로 몰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유가 지속과 한국의 해외자금 조달 여건 악화로 원화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환율 상승을 유도하고 있는 점도 원화약세 장기화를 전망하는 이유다. 원화약세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유가 급등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 때문이다.
올해 1∼4월 중 한국의 원유 수입 물량은 3926만톤으로 전년동기와 비슷하다. 그러나 원유 수입으로 지불한 금액은 170억달러에서 270억달러로 58.8%나 증가했다. 이처럼 유가의 영향으로 국내에 유입되는 달러보다 유출되는 달러가 많아져 유독 한국에서만 달러가 대접받는 것이다.
원와약세의 장기화에 비해 6년 동안 지속돼 온 달러약세는 강세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약달러 현상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영향이 컸다”면서 “그러나 유가를 비롯한 상품가격 강세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짐에 따라 미국이 지금의 저금리 통화정책을 유지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유럽에서도 달러 강세 주장을 펼치는 전문가 의견이 힘을 얻고 있는 양상이다. 곡물 등 상품시장의 약세전환도 달러 약세의 추세 전환을 감지할 수 있는 신호다. 달러가 강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자 곡물시장에 투기자금 유입이 감소했고 곡물가가 급락세를 보이는 것이다.
달러화가 강세로 전환되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들이 달러 강세에 따른 환헤지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환헤지를 위해 막대한 자금으로 달러선물 매수를 시작하면 달러의 자기강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달러강세 현상이 시작되면 달러 약세에 따라 급등한 유가 및 상품가격이 안정돼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해외로 빠져나간 투자 자금이 미국으로 다시 유입돼 자금 순환의 변화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곽 연구원은 “미국으로 자금이 유입돼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국 주식시장이 회복을 보이면 국내 주식시장의 안정감도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달러 강세전환과 원화약세의 장기화 조짐에 관련 종목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니다. IT·자동차 기업들은 수출 수혜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반면 화학·항공 관련 기업들은 울상이다. 제품원가 상승으로 수익성 감소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형수기자 goldlion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