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 IT정책 실종.”
대한민국에는 IT와 과학기술·산업정책·방송통신 등 미시경제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는다.
51명의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인사 중 IT와 과학기술·산업정책·방송통신을 아는 사람은 김동선 지식경제비서관, 송종호 중소기업비서관, 양유석 방송통신비서관, 김창경 과학비서관 네 명뿐이다. 그나마 양유석 방송통신 비서관은 법학과 경영학을, 김창경 과학비서관은 신소재공학을 전공한 교수 출신이다. 각 부처 정책을 조율·기획하고, 사업을 추진해본 경험이 없다는 게 단점이다. 방송통신 부문은 정치적 논쟁에 휩쓸려 방송통신산업 육성이라는 목적은 뒷전으로 물러났고, 과학기술 부문은 출연연 통폐합으로 과학자들마저 거리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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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 브레인 부재=이명박 정부는 시작부터 이 분야 인재 부족사태에 시달렸다. 인재가 부족하다 보니 출발이 좋지 않았다. 1980년 이후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버팀목인 전자산업·IT산업·과학기술 연구개발 부문을 공중분해시키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 계획을 추진한 인수위 내부에는 IT 및 과학기술, 전자 전문가가 전무했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특별교부금 문제로 장관의 진퇴를, 방통위원회는 예상했던 대로 통신과 방송산업 육성은 사라지고, 사업자와 산업을 규제하는 기관으로서 논공행상을 벌이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청와대와 함께 부품소재 육성방안 외에 신성장 산업의 구체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CEO 대통령 밑에 ‘경영 안 해본 일꾼’=CEO는 해당기업의 사업과 인사, 기획, 운영 등을 총괄한다. 대통령은 국가의 모든 것을 총괄한다. CEO와 대통령은 이점에서 유사하지만 이 둘은 태생이 다르다. CEO는 기업 경영을 위해 적자사업 부문과 인력과 비용을 구조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다르다. 대통령은 국가의 모든 국민과 사업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 국가는 적자나는 부문은 복지예산으로, 뒤처진 부문은 개선을 통해서 격차를 줄여나가는 전략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한 중견 벤처기업가는 “CEO 출신 대통령이, 국가를 경영하는 데 경영 마인드가 없는 정치권 인사들로 기획참모를 꾸렸다는 문제가 있다”며 “이들은 대통령의 국가 경영 스타일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움직임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브레인에게 맡겨라=IT나 과학기술·중소기업·통신방송 해당부처와 청와대 간 조율은 아직 매끄럽지 않다. 미시경제 부문의 컨트롤타워도 분명하지 않다. 이들 부문은 특히 기업과 정책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거시경제 측면에서 출총제 폐지, 지주회사제 완화, 기업조사 완화, 금산분리 완화 등 각종 규제완화 정책을 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당 부문 기업이 어느 부문에 얼마만큼 투자해야 하는지를 유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것이 살아 있는 규제정책이다. 기업이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드는 행정력과 기획력을 갖춘 실무전문가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상룡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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