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新 ‘투톱’ 시대] 덕장형 vs 전략형

[전자업계 新 ‘투톱’ 시대] 덕장형 vs 전략형

 이윤우 부회장이 삼성의 새로운 CEO로 취임했다. LG전자를 이끌고 있는 남용 CEO는 2기 체제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전자산업을 이끌고 있는 남용과 이윤우 부회장의 리더십, 경영 철학, 인재관, 업무 색깔 등 소프트 경쟁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같지만 서로 다른 전자업계 두 거목 CEO를 통해 두 회사의 비전과 앞으로의 항로를 3회에 걸쳐 점쳐 본다.

 

 (1) 덕장형 CEO vs 전략형 CEO

 

 삼성전자를 이끌어 온 윤종용 부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윤우 부회장의 첫 취임 일성은 ‘창조 경영’이었다. 창조 경영을 통해 초일류 기업으로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이 부회장은 특히 취임사에서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총괄 혹은 사업부끼리 협조를 당부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이 변화보다는 안정을, 경쟁보다는 화합을 선택했다며 ‘이윤우호’의 출항을 반겼다.

 이에 뒤질세라 지난해 LG전자의 수장으로 부임한 남용 부회장도 LG전자는 기술이 강한 회사라는 선입관을 깨고 세계적인 마케팅 회사로 비전을 정립하고 ‘2기 남용호’ 체제를 정식으로 알렸다. 새로운 남용 체제에서는 사업부 통폐합·매각을 포함한 강도 높은 혁신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진짜 남용의 색깔’은 이제부터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윤우와 남용. 글로벌 전자업계를 대표하는 삼성과 LG전자의 사령탑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모두 말단 사원으로 시작해 CEO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걸어온 길이 다르다. 그룹의 맏형 격인 전자 CEO는 남용 부회장이 한 해 먼저 달았지만 나이는 1946년생, 1948년생으로 이윤우 부회장이 두 살 위다.

 이윤우 부회장은 대구 출생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사했다. 남용 부회장은 경북 울진이 고향으로 경동고를 거쳐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LG에서 첫 직장생활의 둥지를 틀었다. 한 쪽은 정석대로 엔지니어 길을 걸어 CEO까지 올랐다면 다른 한 쪽은 입사 때부터 사업 기획과 전략을 주무르는 ‘기획통’으로 성장했다.

 이윤우 부회장은 ‘우직한’ 엔지니어답게 사심이 없고 선이 굵으며, 친화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화합형 덕장이라고 부르는 배경도 이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특정 인맥으로 분류되지도 않고 합리적이고 온화한 성품으로 전자는 물론이고 그룹 내에서도 두루 신망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에 남용 부회장은 그룹의 대표적인 ‘전략 기획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LG전자 입사 후 그룹 회장실 근무 시절부터 전략 기획과 혁신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LG 관계자는 그룹 내에서는 “사업 핵심과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을 갖춘 전략가라는 공통된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업무에 관한 두 사람의 공통점의 하나는 돌파력이다. 남 부회장은 혁신을 키워드로 190만 가입자에 만성적자로 목숨이 아슬아슬했던 회사를 퇴임할 때 가입자 680만명에 흑자로 돌려 놓는 경영 수완을 발휘했다. 이 때문에 LG텔레콤 당시 ‘돌파력과 뚝심의 경영자’라는 별명이 따라 붙었다.

 이윤우 부회장도 마찬가지다. 이건희 회장은 그를 ‘준 천재’라고 표현했지만 그는 엄청난 ‘일벌레’며 추진력도 대단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87년 기흥공장장 당시 이윤우 부회장은 ‘무서운 불도저’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였다. 쉼없이 일하는 모습과 무지막지한 추진력 때문이었다. 덕장과 기획통으로 서로 다른 색깔로 알려져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모두 ‘추진력과 돌파력’에서 리더십을 인정받은 셈이다.

<주요 이력>

*이윤우 부회장

1968년 삼성전관(현 SDI) 입사

1985년 반도체 기흥공장장

1989년 반도체 기흥연구소장

1994년 반도체총괄 사장

2005년 기술총괄 겸 대외협력담당 부회장

2007년 대외협력담당 부회장

2008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남용 부회장

1976년 LG전자 입사

1989년 LG 회장실 이사

1993년 LG 비전 추진본부 상무

1996년 LG 경영혁신추진본부장 전무

1997년 LG 경영혁신추진본부 전략사업개발단 부사장

1997년 LG전자 멀티미디어사업본부 부사장

1998년 LG텔레콤 사장

2007년 LG전자 부회장

 강병준기자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