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서는 고유가와 원자재가격 폭등, 한미 쇠고기 협상에 성난 민심 등 대내외 악재로 인해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좌초하고 있다.
연 7%의 성장과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를 달성하고 10년 후에는 세계 7대 강국으로 성장하겠다는 야심찬 ‘7·4·7정책’은 용도폐기 상태에 처했다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 경제성장률은 7%는 고사하고 5%도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부진은 유가 및 원자재가격의 급등 등 대외적인 것에 1차 원인이 있다. 유가는 올해 초에 비해 30%가량 상승했으며 미국의 경제불황이 한국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외부적인 요인 외에 내부적으로 경제 운영의 문제점을 향한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수출 드라이브를 통한 성장을 위해 고환율 정책을 폈지만 결국 물가인상만 부추겨 서민 살림살이를 더욱 어렵게 했다. 올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당초 정부가 제시한 3.5%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연구기관에서는 4%까지 예상하고 있어 한국경제는 물가고로 인해 사면초가에 처했다.
물가를 잡자니 성장률이 우려되고 성장기조를 유지하자니 물가가 높아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형국이다. 결국 현 상황에서 성장률에 너무 얽매이면 추가적인 인플레이션을 불러오므로 지금은 물가안정이 최우선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 FTA도 정부의 아마추어적인 미숙한 대처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국민과의 소통을 도외시한 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후속 수습과정에서도 정부가 대처에 실패하면서 한미 FTA 비준이 타격을 입고 있다.
물론 현 정부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유류세 인하 등 고유가 대책, 52개 생활필수품 선정 등 생활 필수품 가격안정 정책, 전통시장·영세자영업자 지원, 주요 원자재 가격 안정 지원 등이 이뤄졌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 민영화 등 공기업 및 공공기관의 구조조정 정책과 그동안 기업 활동을 옥죄어온 규제를 철폐하는 ‘전봇대 뽑기’는 CEO 출신답게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처럼 취임초기부터 대외적인 경제상황이 최악인 정부가 없었어도 100일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현재 이명박정부 문제의 핵심은 민심과 동떨어진 브레이크 없는 국정운영이다. 취임 100일 만에 국정수행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정부는 역대 처음이라고 할 만큼 최악의 국면이다. 따라서 성장 공약 실현에 급급할 게 아니라 경제 안정화를 우선시하고 성장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정부가 기존 성장 일변도의 정책에서 탈피해 물가안정 등에 무게를 싣고 있는 점은 현명한 판단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형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비록 경상수지가 나쁘기는 하지만 감내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고 내다보며 “따라서 환율정책도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권상희기자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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