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출발이 너무 지체돼 모든 게 혼란에 빠졌다.’
옛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를 통합했으되 무슨 일이 어느 기관으로 가고, 어떤 일이 남아 있는지, 어디까지가 할 일인지 혼선을 빚었다.
지난 2월 29일 방통위가 출범했으나 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 인선이 늦어지고, 옛 방송위 직원들을 공무원으로 특별채용하는 게 늦어진 까닭이다. 심지어 방통위 총괄 살림꾼인 기획조정실장을 정하는데 86일이나 걸렸다. 제반 업무가 갈피를 잡지 못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특히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가뿐히 넘어서지 못한 데다 △방통위 회의 비공개 원칙 공방 △국무회의 출석 시비 △한국방송공사 사장 퇴진압력 행사 의혹 등으로 논란 한가운데로 나아가는 바람에 일선 실무자들까지 흔들렸다. 위원장 정책보좌관 인선 여부를 둘러싼 후문을 감안하면 방통위는 아직 미완성 상태다.
방통위 업무를 정밀하게 진단해보지 않은 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행정안전부 등이 세운 일괄적인 구조조정 목표에 맞추다 보니 ‘직원이 교육을 받다가 돌연사’하는 아픔까지 겪게 됐다. 또 우정사업본부가 지식경제부로 넘어가면서 전파 관련 전국 허가·관리업무에 구멍이 나는가 하면, IT 산업진흥기능이 애매하게 분리돼 중앙행정기관 간 혼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통령직인수위의 야심작이었던 ‘가계통신비 20% 절감 공약’도 꺼내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를 낳았다. 섣부른 정책 발표로 시장 혼란만 야기한 채 수면 아래로 내려간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신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로 부상한 인터넷(IP)TV도 △콘텐츠(주요 방송프로그램) 동등 접근권 해석 공방 △필수설비제공기준 △회계분리기준 등으로 설왕설래만 무성할 뿐 아직 실체가 모호한 상태다. 칼로 물을 베는 것 같이나 마찬가지인 전자정부업무와 개인정보보호업무가 분리된 현실도 ‘유사시에 책임회피 구멍’을 만들 수 있어 우려된다.
방송통신심의원회도 출발이 지체된 것은 마찬가지다. 3개월 동안 방송 내용심의기능이 사라지면서 ‘여성 나체 위에 회를 올려놓은 식탁’까지 안방에 배달(방송)됐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제 정부가 민간 사업자를 압박해 쟁점을 해결하던 데서 벗어날 때”라며 “방통위와 방통심의위가 공개된 분쟁해결 절차를 마련해줄 것”을 바랐다.
이은용기자 e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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