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듐냉각고속로(SFR)’가 4세대 원전 노형으로 떠올랐다. 효율성 및 사용 후 연료 재활용할 수 있는 장점 덕분이다. 하지만 연료 재활용을 위해선 한-미 핵협정 및 타국과의 관련 협정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는 데다 연료 재활용 효과에 대해 정부내 이견이 있어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예고됐다.
3일 교육과학기술부 및 관련 학계 등에 따르면 4세대 원전 노형으로 소듐냉각고속로(SFR, Sodium-Cooled Fast Reactor)가 유력시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열린 ‘원자력 연구개발 액션플랜 대토론회’에서 교육과학기술부 및 학계가 참가한 ‘미래원전 로드맵 수립위원회’는 차세대 원자로로 SFR를 상정하는 액션플랜 초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말 교육과학기술부(당시 과기부)가 발표한 ‘미래원자력 종합로드맵 시안’ 내용과도 일치한다. 시안은 오는 2023년까지 관련 기술을 개발, 2030년께 SFR 실증로를 준공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우라늄 사용 효율성이 높고 연관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Pyro processing)을 이용, 사용 후 연료를 재활용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발생하는 고준위폐기물량도 줄인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교육과학기술부 김진홍 원자력정책과장은 “전 세계적으로 SFR 외 5개 정도의 차세대 원전이 연구되고 있으나 기술적 검증 등을 고려했을 때 SFR 외 사실상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SFR의 채택 및 활용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우선 오는 2014년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협정’의 개정 문제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후 원료를 재활용 및 변형하려면 매번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김진홍 과장은 “파이로프로세싱은 무기용의 고농축 플루토늄이 생성되지 않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연료의 원활한 재활용을 위해 현재 개정 준비중인 협정 내용에 재활용 내용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현재 우리나라는 16개 비핵보유국과 사용후 연료의 재활용에 대해 서로 사전 승인을 받는다는 쌍무협정도 맺고 있다. 교과부 측은 타국과의 협정 개정 및 관련 협력을 위해서 우선 명확한 원자력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사용후 연료의 재활용과 관련해 교육과학기술부와 협의해야 할 지식경제부가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현 기술 수준으로는 사용후연료 재활용의 경제성이 그렇게 높지 않으며 불확실성이 많다는 것. 현재 사회적으로 사용후 핵연료의 재활용을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지식경제부 최남호 방사성폐기물과장은 “아직 전 세계 차세대 원전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우라늄 가격이 그렇게 높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기술로는 재활용 비용이 크고 고준위 폐기물도 많이 나오는 등 제반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우리 사회 분위기가 사용후 핵연료의 재활용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며 “선진국도 일단 30년 가량 운영되는 중간저장시설을 만들어 기술 및 사회에 대한 대응 시간을 버는 추세”라고 말했다.
◆용어설명:SFR과 파이로프로세싱=SFR은 고속중성자(Fast Neutron)에 의한 핵분열 반응으로 생산된 열에너지를 냉각재인 소듐(Na)에 전달, 증기를 발생시키고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에너지 생산과 동시에 핵원료성 물질 ‘U238’을 핵분열성 물질 ‘Pu239’로 변환시켜 소모된 것보다 많은 핵분열성 물질을 생성함으로써 우라늄 자원의 활용율이 높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 핵연료봉에서 연료로 사용 가능한 핵물질을 얻는 기술이다. SFR과 연계되면 전체 폐기물량을 기존의 5%로 감축할 수 있다.
최순욱기자 choisw@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제4세대 소듐냉각고속로 개발 장기 로드맵(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