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주총이 대부분 마무리된 가운데 새로 선임된 최고경영책임자(CEO)들의 이력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을 앞두고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는 가운데 향후 증권사들의 전략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선임된 증권사 수장들이 업계 출신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각 증권사가 어떤 색깔로 미래를 그려나갈지 주목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총을 통해 수장이 바뀌게 된 증권사는 한국금융지주를 포함해 현대, SK, NH 네곳이다. 삼성증권은 5일 주총을 거쳐 박준현 삼성생명 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맞게 된다.
일단 윤진식 한국금융지주 회장(62)은 6개 자회사에 대한 업무를 조율하며 한국금융지주를 진두지휘하게 된다. 윤 회장은 72년 행시 12회로 관계에 발을 들여 재경부 차관과 산자부 장관을 역임했고, 신정부에서 한나라당 선대위 경제살리기특위 부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관계에 인맥이 두터운 만큼 대외 활동에 주력할 전망이다.
SK증권의 이현승 사장(44)은 금융업계 외부인사라는 점에서 주목의 대상이다. 이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 하버드대 로스쿨과 케네디 스쿨을 나왔으며 재정경제원과 AT커니 컨설팅, 메릴린치 이사를 거쳐 GE에너지코리아 사장을 지냈다.
한때 이현승 사장의 이사 선임에 GE가 SK증권을 인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무성했지만 취임사에서 ‘SK맨십’을 강조하며 인수설은 일단락된 상태다.
이 사장은 외국계 컨설팅과 제조사를 두루 거친 만큼 해외 IB사업에 무게를 두지 않겠냐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NH투자증권은 정회동 신임 사장(52)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외환은행에 입사, LG투자증권 지원총괄부사장을 거쳐 흥국증권 대표를 역임한 업계 인물이다.
정 사장은 최근 취임사에서 “농협과의 시너지를 기반으로 선진적인 IB 중심 증권사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해 농협과의 시너지 여부가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되고 있다.
현대증권 최경수 사장(58)은 중부지방국세청장, 조달청장 등을 지냈다. 최 사장은 조달청장 근무 당시 ‘정부혁신상’을 수상했고 우리은행 사외이사로 근무해 시장에 대한 이해가 밝아 향후 증권사간 IB 경쟁에서도 앞설 수 있다는 게 현대증권 측의 설명이다.
최 사장은 취임사에서 자산관리, 자기자본투자(PI), 해외사업 등에 힘쏟겠다고 밝혀 향후 IB 부문 강화가 기대된다.
삼성증권 박준현 사장(55)은 서울대 법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삼성생명 재무기획팀장, 자산운용 유닛장, 기획관리실 부사장 등을 거친 삼성그룹의 재무통으로 삼성증권의 IB 업무를 책임지는 데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업계 한 관계자는 “자통법을 앞두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업체와도 증권사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어 증권사의 색깔이 필요한 때”라며 “이를 위해서는 CEO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민기자 km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