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새 선장을 맞은 삼성전자에 ‘이윤우 체제’가 연착륙하면서 순항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변화와 혁신을 기치로 ‘뉴 LG전자’를 선언한 남용 부회장이 LG전자를 뿌리부터 바꿔 놓을지도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새로운 도약 발판 만들기=이윤우 부회장은 전형적인 ‘외유내강’ 스타일이다. 갈 길 바쁜 삼성이 이 부회장을 낙점한 데는 또 다른 복선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혁신과 경쟁보다는 안정과 화합이다. 과감한 변신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라는 거대한 조직이 안고 있는 불협화음과 갈등을 조율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더 큰 역할을 부여받은 셈이다. 이는 이미 이윤우 부회장이 윤종용 부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았을 때 예견된 상황이다.
실제로 인사 내막을 보면 이 부회장은 윤 부회장의 경영 일선 퇴진에 따른 순환 인사 성격이 짙다. 일부에서는 이 부회장 취임을 두고 ‘세대 교체’라고 표현했지만 따지고 보면 이미 예순을 넘긴 이윤우 부회장도 윤종용 세대나 마찬가지다. 삼성 안팎에서는 “경영 체제에 별다른 변화가 없으며 기존 경영 방침을 180도로 바꾸기보다는 조직 안정에 역점을 둘 것”이라는 예측했다. 이윤우 체제를 과도 체제로 보는 배경도 이 때문이다.
과도기에는 큰 변화를 주기가 힘들다. 결과적으로 총괄 중심의 사업부 체제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대신에 품질과 공정 개선과 같은 공통 업무나 표준화 성격의 프로세스 혁신 작업 등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인사에 이은 조직 개편에서도 생활가전사업부를 이끌면서 앞에서 지휘하던 윤종용 부회장과 달리 각 사업부 중심으로 아이템을 재조정해 상대적으로 이윤우 부회장의 짐을 덜어낸 상태다.
‘혁신 전도사’로 알려진 전 삼성전자 윤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과 호흡을 맞춰 삼성을 뜯어고쳤다면 이윤우 부회장은 또 한번 도약을 위한 ‘숨 고르기’ 기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탄력 붙기 시작한 혁신=두 사령탑 가운데 자기 색깔을 확실히 내는 쪽은 남용 부회장이다. 1년 전과 달리 남 부회장의 목소리는 더욱 강하고 뚜렷해졌다. 그만큼 확신과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실적이 뒷받침되면서 ‘역시 남용’이라는 평가를 안팎에서 받고 있다.
지난해 1월 남 부회장 취임 후 LG전자는 지난해에 비해 주가가 두 배 가량 올라 13만원을 돌파했고 시가 총액도 20조원을 넘어섰다. “변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사장과 임원에서 모든 직원으로 퍼지고 있다. 남 부회장 스스로 사석에서 지난 1년을 회고하며 “직원들이 예상보다 훨씬 부지런하게 믿고 따라줘 감사하다”고 말할 정도다.
남 부회장은 이 여세를 몰아 마케팅 중심의 회사로 이미 LG전자의 비전을 새로 세웠다. 지금까지 추진한 것보다 더 큰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2010년 전자 분야 ‘글로벌 빅3’를 모토로 사업 철수를 포함해 사업 구조를 전면 바꿀 계획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는 과감한 아웃소싱도 추진하기로 했다. 태양전지·헬스케어와 같은 신사업에도 도전장을 던진 상태다. 올해를 ‘2기 남용 체제’로 부르는 배경도 이 때문이다.
취임 후 업무 프로세스를 뜯어고쳤고 인사·마케팅·구매·공급망 관리 분야 최고 책임자는 과감하게 외국인을 영입해 인적 쇄신을 이뤘다. 이 효과는 사실 올해부터 하나 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LG전자의 모습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이야기다.
LG전자 전직 임원은 “남용을 LG전자 구원 투수로 기용할 때부터 이미 혁신을 전제로 했다”며 “이미 텔레콤에서 상당한 CEO 수업을 마쳤고 총론과 각론을 두루 알아 지금까지 벌어진 일보다 더 과감하게 LG전자를 바꿔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우 부회장>
●강점 = 화합과 안정
●경영 철학 = 기술과 시장
●업무 스타일 = 조율과 시너지
<남용 부회장>
●강점 = 기획과 전략
●경영 철학 = 고객과 마케팅
●업무 스타일 = 성과와 변화
강병준기자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