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고해상도·고효율 LCD 패널에 대한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 기업의 대형 특허자산을 사들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4년 미국 PC 업체인 ‘AST’ 인수 실패 후 지난 15년간 기업 인수합병(M&A)은 물론이고 특허권도 사용료만 지급하는 관행을 이어올 만큼 보수적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특허인수는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삼성이 그룹 차원의 신수종사업 전담팀(TF)을 결성한 이후 미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과거와는 다른 M&A 전략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선언한 뒤 나온 첫 사례여서 주목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말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디스플레이 전문업체인 클레어보이언트사의 ‘서브픽셀 렌더링 디스플레이(SRD)’ 기술인 ‘펜타일’의 특허권 전부를 인수하기로 계약하고 최근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특허권 인수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최소 3000만달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을 비롯해 클레어보이언트사에 투자한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의 투자 원금만 총 2000만달러에 달해 프리미엄을 합치면 이 정도 수준은 된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웬만한 해외 기업을 인수한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미국 CMOS이미지센서(CIS) 전문업체인 트랜스칩의 이스라엘 자회사를 사들이면서도 300억원 정도만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거액을 지급하고 클레어보이언트사의 SRD 기술 특허권을 인수한 것은 기존 LCD 패널의 해상도와 전력효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독보적인 기술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적·녹·청(RGB) 방식의 컬러필터에 백색(W)을 구현할 수 있는 알고리듬 기술을 적용, VGA급 3분의 2의 해상도(640×320)인 패널에서도 VGA(640×480) 해상도를 낼 수 있다. 응용분야도 LCD 외에 PDP와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으로 다양하다.
특히 휴대기기용 패널에 들어가는 LED와 구동칩 수를 줄일 수 있다. 모바일 시장에서 원가 경쟁력 확보에 활용도가 큰 셈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02년부터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한 10여개 LCD 패널 업체들은 양산 적용에 앞서 기술개발을 위해 클레어보이언트사와 특허 사용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클레어보이언트사의 특허권과 함께 기술직 인력을 흡수하고, 하반기부터 천안·기흥의 모바일사업부 양산라인에 이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계열사인 삼성SDI도 모바일용 패널을 생산하는 4세대 AM OLED 양산라인에 곧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측은 “현재 특허권 이전작업을 마무리하는 상황이라 향후 구체적인 활용계획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면서 “(특허기술을) 내부적으로만 쓸지, 다른 패널업체들에도 사용료를 받고 공개할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한기자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