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운송장의 개인정보를 이용한 지능형 범죄가 늘고 있지만 소비자나 택배업체까지도 여전히 대책마련에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자신문이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일까지 2주 동안 국내 주요 12개 택배사에 물건 배송을 직접 주문한 결과 운송장에 개인정보 유출 위험과 관련한 경고 문구를 삽입한 기업은 한 군데도 없었다.
또 이 기간 동안 아파트 쓰레기장이나 사무실 폐기물에서는 무심코 버린 운송장이 널려 있었다. 이렇게 버려진 송장을 이용하면 고객의 이름·주소·전화번호·배송한 택배 기사·구입 시점·물품 종류 등을 어렵지 않게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송장 번호를 이용해 특정인이 어떤 물건을 샀는지 등의 정보도 포털 및 택배사 홈페이지에서 로그인 없이도 손쉽게 조회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택배 운송장에는 각종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이를 버릴 때에는 범죄피해 우려가 높아 반드시 파기해야 한다. 지난 5월 서울 마포경찰서는 송장의 고객정보를 이용해 대학가 주변을 돌며 여대생, 여성 직장인을 강도 강간한 범인을 검거하는 등 택배배달원이나 이를 가장한 강력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박태훈 서울경찰청 강력계 경장은 “최근 버려져 있는 택배 운송장을 보고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와 송장번호를 전송한 뒤 해당 주소지로 찾아가는 지능형 범죄가 늘고 있다”며 “선의의 피해자 발생을 막기 위해 택배용지를 함부로 버리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택배사들이 안전을 최우선시하도록 직원 및 고객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신용정보 김병욱 팀장은 “고객정보유출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택배사들이 직원들을 철저히 교육시키고 고객들에게도 송장을 반드시 파기하도록 알리는 등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택배원들이 고객들에게 송장을 파기하도록 구두로 전하고 송장에도 이 같은 경고문을 반드시 넣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규태·정진욱기자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