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불공정거래`…시장 판도 변하나

 지난 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인텔이 경쟁사업자의 중앙처리장치(CPU)를 사용하지 않는 조건으로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에 총 3750만달러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며 총 2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2005년 6월 조사에 착수한 후 3년에 걸쳐 치밀한 조사 및 자료 수집, 국내외 저명 경제·법학자들과의 충분한 논쟁 등을 거쳐 최종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정위의 결정에 과징금을 맞은 인텔은 물론이고 PC 업체들도 “리베이트가 아니라 대량 구매에 따른 할인과 마케팅 펀드”라며 반발하고 있어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

 ◇다국적 기업도 예외 없다=이번 공정위의 결정은 다국적 기업에도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공정위가 다국적 IT기업을 불공정 거래 혐의로 제재한 것은 2006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공정위는 MS에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PC 운용체계인 윈도에 메신저와 미디어 플레이어 등을 끼워 판 혐의’를 적용, 3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당시 미국과 EU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 정부가 제제를 가하면서 MS의 끼워 팔기 논란은 세계적으로서 확산됐다.

 이 밖에도 공정위 측은 현재 코드분할 다중접속(CDMA)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휴대폰 부품업체인 퀄컴에 대해서도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공정위는 퀄컴이 CDMA 원천기술을 이용해 국내 휴대폰 단말기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는지 파악하고 있다.

 ◇인텔 법적 대응 고심=인텔뿐만 아니라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것으로 지목된 PC업체들도 ‘리베이트’라는 표현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리베이트가 검은돈처럼 들리면서 PC기업을 파렴치범으로 몰고 있는데, 리베이트가 아니라 대량 구매에 따른 할인과 인텔인사이드프로그램에 따른 마케팅 펀드”라며 “AMD도 대량구매 할인과 AMD CPU를 사용하는 PC업체에 마케팅 펀드를 주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리베이트를 주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다만 공정위가 문제삼은 것은 경쟁업체의 CPU를 배제하는 것을 조건으로 달았기 때문이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문건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인텔 아성 흔들리나=현재 인텔의 한국 내 시장 점유율은 평균 91.3%로 세계 시장 평균 점유율인 79.6%보다 높다. 하지만 이번 공정위 과징금 부과로 인텔이 공신력에 타격을 입은데다 리베이트를 받은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가 인텔 CPU만 고수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시장 판도에 변화가 일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는 “소비자의 제품 선택 기회가 늘어 PC용 CPU 가격이 더욱 빨리 인하되고 신제품 개발 경쟁도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공정위가 인텔에 최초로 2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함에 따라 향후 EU 공정위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인텔을 주시해오던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도 인텔의 독점금지법 위반 여부와 관련해 공식조사에 착수했다. 6일(현지시각) 외신에 따르면 인텔은 FTC의 소환장을 발부받았다. 그간 FTC는 서면조사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으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와 유럽국가에서 인텔의 혐의를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르자 관계자 소환 등의 강수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FTC는 인텔 외에도 소송을 제기한 AMD 측에도 소환장을 발부했다.

 권상희기자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