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부품소재 상생모델 시급"

 부품소재 대일 무역적자 규모가 올해 200억달러를 웃돌 전망이다. 정부가 대통령까지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현실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수입을 줄이기 힘든 상황에서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릴 대책을 마련하는 게 정부와 업계 모두의 숙제로 떠올랐다.

◇다른 나라에 팔아 일본에 다 퍼줘= 8일 부품소재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4월 말까지 부품소재 분야 대일 무역적자 규모는 74억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57억달러에 비해 무려 30%가량 급증했다. 4개월 동안의 집계치인 것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22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엔 187억 달러였다. 

사실, 부품 소재는 우리나라 무역 수지에 효자다. 1년에 364억달러(2007년 기준)나 흑자를 낸다. 이 규모와 맞먹는 322억달러를 일본 부품소재를 수입하는 데 쓴다. 수입은 가파르게 느는데, 수출이 제자리걸음을 하니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부품소재 대일 적자규모는 우리 산업 전체의 대일 무역적자 규모인 298억달러의 60%를 넘어설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수출을 늘려라=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일본을 방문해 한국에 일본기업 전용 부품소재단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일본 자본을 유치하는 동시에 우리 대기업이 질높은 일본 부품소재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조달하게 만들려는 시도다. 역으로 일본 수요 기업에 한국산 부품소재에 대한 신뢰성을 심어줘 도입을 확대하는 이중, 삼중의 효과를 노린 구상이다.

대일 적자를 줄이려면 현실적으로 수입을 줄이기보다는 수출을 늘이는 게 효과적이다. 일본도 중국산 부품소재가 값은 싸지만, 품질은 떨어진다는 점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경쟁이 치열한 최첨단 분야를 뺀 중급 부품 소재분야부터 일본에 좀 더 많이 팔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 한일 윈윈 모델 찾아야 = 한일 양국 부품소재산업은 이미 어느 한쪽을 완전히 밟아야 살아남는 관계를 넘어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한국은 일본 기업의 부품소재 수요에 적극 대응해 기술력을 높이고, 품질을 바탕으로 공급 루트를 뚫어야 한다. 일본도 중국산이 받쳐주지 못하는 부분을 한국으로부터 전략적으로 공급 받아 해결할 수 있다. 새로운 동반자 관계의 구축이다.

김창훈 한국부품소재산업진흥원 기술개발본부장은 “한일 부품소재 교차 구매, 공동기술 개발 및 생산 협력 등 양국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을 찾아야 한다”며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과 시장을 모두 가진 동북아 권역의 부품소재 협력 벨트를 추진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진호기자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