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계열 제조사엔 CPO가 있다

LG계열 제조사엔 CPO가 있다

 LG계열 부품 제조사들에는 특별한 사람들이 있다. 이름하여 최고생산책임자(CPO:Chief Production Officer)라는 직함을 가진 임원들이다.

CPO라고 하면 보통 특허최고경영자나 최고구매책임자를 뜻하기는 하지만 최고생산책임자는 매우 낯선 직책이다. CEO나 CFO 등 다른 C레벨에 비해 화려하거나 강한 힘을 갖고 있지 않지만 생산성이 중요한 부품업체에선 회사의 사활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은 사람들이다.

더욱이 글로벌 전자제조사를 외치는 대기업계열 부품업체에선 없어선 안 될 자리다. 이전에도 비슷한 업무를 하는 임원은 있었지만 직책에 전문성을 강조하고 특화된 임무를 부여하기 위해 새로운 색깔을 입혔다.

LG디스플레이는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재작년 하반기 최고생산책임자인 CPO 직책을 신설, 생산효율성에 전력을 다했다. 국내에만 파주, 구미 등 7개의 공장이 있다 보니 중앙에서 제대로 컨트롤할 책임자가 필요한 것이다. LG디스플레이의 CPO인 김종식 부사장은 물리적으로 떨어진 공장 간 업무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조율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게 지휘한다. 같은 회사 내 공장이라도 생산노하우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도움될 부분은 공유할 수 있게 지도한다. 김종식 CPO 밑에는 각 공장장들과 생산기술 및 구매부서가 있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체계를 갖추었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 1분기 최고의 실적을 내는 데 김종식 부사장이 한몫한 셈이다.

LG마이크론에도 사장과 부사장 밑에 류시관 CPO가 있다.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의 대표를 맡은 허영호 사장은 올해 초 CPO라는 직책을 만들고 류시관 상무를 이 자리에 앉혔다. 두 회사를 이끌다 보니 불가피하게 생기는 공백을 메우고 생산을 총괄할 수 있는 임원이 필요했던 것이다.

류 상무는 LG마이크론 내 PCB, TS(Tape Substrate), 리드프레임, 포토마스크, 쉐도마스크 등 전 사업의 품질·생산을 총괄한다. 여기에 영업과 경영전반에도 참여하면서 허 사장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한다. 류 상무가 CPO로 부임한 후 지난 1분기 LG마이크론은 10%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류 상무는 지난 2005년 1월 LG전자에서 LG마이크론으로 자리를 옮겨 DD사업부장과 PRP사업부장, 마케팅팀장을 두루 거쳤다. LG마이크론 관계자는 “허영호 사장 부임 후 올 초부터 류시관 상무가 회사를 총괄해 아우르는 직책인 CPO를 맡고 있다”면서 “허 사장이 회사에 상주하지 못하면서 못 챙기는 부분들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성인기자 sise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