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3세대(G)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전 세계 휴대폰업체들에 선전포고를 했다. 애플은 9일(현지시각)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신형 아이폰을 공개, 오는 7월 11일 전 세계 22개국에 동시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새 아이폰(8GB)의 가격은 199달러로 지난해 2G 아이폰이 처음 출시됐을 때의 절반 수준이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99달러라는 가격은 세계 어디서나 동일하다”며 “올해 말까지 총 70개국에 공급, 1000만대의 판매고를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이 가격은 세계에서는 물론 미국내 스마트폰 경쟁업체인 리서치인모션(RIM)의 블랙베리와 팜의 트레오와도 충분히 경쟁이 가능한 수준이다.
또 기능과 디자인의 유사점을 빗대 외신들이 ‘경쟁자(rival)’ ‘유사품(resemblance)’이라고 표현한 삼성전자 ‘옴니아’와의 한판 승부에도 전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그러나 관심이 쏠렸던 한국 출시 여부는 확인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기능 업(↑), 가격 다운(↓)=새 아이폰은 데이터 통신 속도가 향상됐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 기존 제품은 GSM 방식을 채택했지만, 신형 제품은 3G 네트워크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잡스는 속도가 2.4배나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위성항법장치(GPS)를 적용해 내비게이션 기능이 지원되고 e메일을 보낼 수 있어 블랙베리와도 견줄만하다.
배터리 기능도 향상돼 통화대기시간이 300시간으로 늘어났고 색상은 기존의 검정색과 함께 흰색이 추가됐다. 플래시메모리는 8GB와 16GB(299달러) 두 가지로 기존 아이폰과 동일하다. 파격적으로 인하한 가격도 눈에 띈다. 기존 판매가인 399달러보다 200달러나 낮아졌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케이스 소재를 금속에서 플라스틱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외신들은 삼성의 ‘옴니아’가 아이폰의 ‘킬러’로 성공하느냐 여부는 가격에 달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옴니아의 가격은 확정 발표되지 않았으나 600달러에 판매될 것으로 알려졌다.
◇‘실 구매가’ 논란=그러나 새 아이폰의 놀라운 가격에는 ‘숨겨진 비법(?)’이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애플은 이번 제품을 출시하면서 영업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기존에는 독점적 공급권을 가진 AT&T가 아이폰 판매로 거둔 수익금을 애플과 나눠갖는 방식이었다. 바꾼 계약에 따르면 AT&T가 아이폰 한 대를 판매할 때마다 일정의 보조금을 애플에 지급하게 된다.
문제는 AT&T가 3G 아이폰 판매에 2년 약정 요금제를 도입, 사실상 관련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했다는 점이다. 2년간 의무 사용해야만 3G 아이폰을 199달러에 구매할 수 있다. 또한 월 40달러의 통화 요금 상품을 구매해야 월 30달러에 달하는 데이터 정액 요금제를 가입할 수 있다. 따라서 개인사용자의 경우 새 아이폰 사용할 경우 월 통신 요금을 최소 70달러는 내야되는 셈이다. 이는 구형 아이폰과 비교할 때 월 10달러 가량 올라간 수준이다.
◇한국 출시 시기는 미지수=3G 아이폰의 공개와 함께 새로 출시될 예정인 22개 국가도 공개됐지만, 한국은 빠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향후 국내 출시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업계에서는 NTT도코모와 협력 관계에 있는 KTF가 아이폰 출시를 위해 꾸준하게 접촉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 사업자로 NTT도코모가 아니라 소프트뱅크로 정해지면서, KTF 측도 아이폰 출시 계획이 변동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표준 무선인터넷솔루션인 ‘위피’ 탑재 여부도 출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KTF와 SK텔레콤을 비롯한 통신 사업자들이 아이폰을 비롯한 다양한 단말기 소싱을 위한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혀 향후 추가 출시 국가에 한국이 포함될 여지는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3G 아이폰 출시에 따라 3분기 플래시 메모리 수요가 증대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현대증권은 “3G 아이폰이 예상보다 저렴한 가격에 출시돼 실제 판매량이 많을 것”이라며 “3분기 플래시 메모리의 수요 증가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플래시 반도체 수요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양종석·이동인기자 js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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