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총사퇴/부처 표정] 이미 예고된 일...

 출범한 지 107일 만에 내각 총사퇴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에 직면한 정부부처는 이미 예고됐던 일이어서 담담하게 사태를 받아들이고 있다. 일부 부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가 내각 총사퇴로 번진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정권 퇴진론까지 나오는 격앙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조각 수준의 내각 재구성으로 국면을 타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업규체 철폐 등 MB노믹스를 진두지휘해온 기획재정부는 환율정책 실패 등과 관련해 일정 부분 책임을 느끼고는 있지만 강만수 장관의 사의가 수리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강 장관이 이 대통령의 성장중심 경제 정책의 초안을 닦은 인물이고 고물가로 인한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수장이 물러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한 관계자는 “경제위기가 강 장관의 탓이라기보다는 고유가 등 외부 상황으로 인한 것이고 MB노믹스를 본궤도에 올려놓지도 못한 상황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교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유가 등 외부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고집스럽게 고환율 정책을 유지함으로써 물가 폭등을 초래한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교체론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장관 교체가 유력한 교육과학기술부 직원들은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청와대가 4∼5명의 장관 사표를 선별 수리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김도연 장관의 사퇴를 이미 피할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지만 지난달 스승의 날 모교 방문 시 장관 및 간부들의 특별교부금 지원 문제로 여론의 도마에 오른 뒤 수차례 교체설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교 지원 문제로 경질된다는 것은 과하다는 의견이 있기도 했다.

 지식경제부는 비교적 담담한 표정으로 상황을 맞았다. 이윤호 장관은 예정됐던 10일 오후 3시 일산 킨텍스 2008 국제부품소재산업전 참석은 취소했지만, 전날 일본에서 돌아온 피로도 잊고 오후 5시 아랍 대표단과의 면담 일정은 그대로 소화하는 등 집중력을 보였다. 내부 직원들도 이 장관이 지금까지 대과 없이 각종 현안들을 챙겨 왔으며 교체 대상에서도 일체 언급되지 않았던만큼, 선별 수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비교적 느긋한 표정이다. 유인촌 장관은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는데다 이렇다 할 과오를 범한 것도 아니어서 경질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문화부 직원들은 그동안 유 장관이 경질 대상으로 거론된 적이 없는 점을 들어 유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다는 점에서 원세훈 장관의 사표는 반려될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장관이 교체된다면 새 정부 출범 이후 행안부 주도로 이뤄진 부처 조직개편과 인력감축 계획이 탄력을 잃지 않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권상희기자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