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산단이 경쟁력이다](3)대구 성서산업단지

[지역산단이 경쟁력이다](3)대구 성서산업단지

1984년 조성을 시작해 4차단지까지 확장된 대구 성서산업단지는 총 2280여 기업체가 입주, 대구를 대표하는 첨단산업 집적단지로 자리 매김했다. 최근에는 5차단지 기공식을 마치고 IT 등 첨단업종을 유치하기 위해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이젠 단순 생산기지가 아닌 연구개발(R&D)이 접목된 첨단산업의 집적지로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는 대구성서산업단지의 모습을 쉽게 그려볼 수 있을 것 같다.

지하철이 닿는 국내 유일의 산업단지인 성서산업단지는 경부와 구마·중앙·88 고속도로와 불과 1㎞ 안팎으로 연결되는 교통의 요충지에 자리 잡고 있다. 가장 먼저 조성된 1·2차산업단지에는 섬유기업 수가 많은 편이지만 첨단산업단지로 불리는 3·4차단지는 반도체와 모바일, 에너지 등 신성장산 동력산업에 가까운 업종들로 채워져 있다. 대구 달서구 세천동 일대에 새로 조성할 5차단지는 그야말로 IT를 기반으로 한 첨단업종으로만 기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메카트로닉스 집중 육성=한때 섬유산업 일색이던 성서산업단지가 이젠 메카트로닉스 중심의 첨단기술융합 혁신클러스터로 변모하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말 성서산업단지(1∼4차 단지면적 1만835㎡)가 산자부로부터 메카트로닉스 중심의 혁신클러스터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이는 매년 50억여원의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산·학·연 네트워크 구축과 R&D 개발 지원사업을 펼치게 된다는 의미다. 이로써 입주 기업들의 경쟁력 향상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메카트로닉스 중심의 산업단지로 거듭나보자는 전략이다. 최근의 업종을 보더라도 대구의 간판이던 섬유업계(24%)가 메카트로닉스업계(54%)보다 크게 뒤처지는 변화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시는 앞으로 성서산업단지를 메카트로닉스 지능형 자동차부품산업을 앞세우고 IT와 NT 등이 접목된 혁신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기계금속분야 영세업체들에 그동안 부족했던 R&D와 교육·법무·회계·경영컨설팅 등 기업지원서비스를 공급함으로써 고부가가치화를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는 대구기계부품연구원(DMI)과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GIST) 등 메카트로닉스 관련 혁신지원기관이 R&D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경북대와 계명대 등 지역 대학이 인적자원을 개발하는 것이 전제조건으로 깔려 있다.

메카트로닉스 혁신클러스터사업과 관련 대구시는 최근 혁신클러스터사업단을 구성 중이며 앞으로 제어기계·전자부품·나노신소재·자동차부품·정밀가공기계 등 관련분야 미니클러스터를 운영하게 된다. 아울러 구미와 칠곡·경산·영천·포항·울산·창원 등을 잇는 메카트로닉스 산업벨트를 형성해 첨단기술의 컨버젼스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과학연구단지 지정과 5단지 조성=성서산업단지는 이에 앞서 지난해 초 과기부로부터 지방과학연구단지로 지정돼 현재 생산에 R&D를 접목하기 위한 인프라 조성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지방과학연구단지로 지정된 3단지 330만㎡에는 정부로부터 5년간 150억원의 사업비를 받아 중소기업 공동 R&BD센터를 건립한다. 현재 3단지 내 대구테크노파크 성서벤처공장 부근에는 센터 건립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지하 1층과 지상 10층 규모로 건립될 센터에는 기업 부설연구소와 시제품제작실, 연구원 편의 시설, R&D 정보유통 공간 등이 들어서게 된다.

앞으로 센터는 성서에 R&D 환경을 조성해 우수한 연구인력의 유출을 막고, 기업 R&D 및 기술혁신을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3단지에는 이미 연구기능으로 DGIST의 R&D 기능과 DMI 등이 들어서 중소기업 R&D 활성화를 주도하고 있다. 또 대구테크노파크 모바일단말상용화센터와 나노부품실용화센터 등이 기업지원에 나서고 있다.

첨단산업으로의 업종전환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초 3단지에는 에너지기업인 미리넷솔라가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전지 양산설비를 준공했다. 또 지난달 말에는 노키아의 협력업체로서는 최초로 모바일 HW전문기업인 GMS가 역시 3단지에 둥지를 틀기 위한 착공식을 가졌다.

여기에다 지난달 기공식을 가진 5차단지 조성이 마무리되면 성서산업단지의 전체적인 업종 수준이 첨단화로 대폭 업그레이드 될 전망이다. 대구시는 달성군 다사읍 세천리 일원 146만 6700㎡에 4006억원을 투입, 오는 2011년까지 5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단지 내에는 기계금속·전기전자 등 첨단산업을 유치해 대구 산업의 구조 고도화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입주기업/아진엑스텍

 모션제어 보드 및 시스템 플랫폼 전문기업인 아진엑스텍(대표 김창호 www.ajinextek.com)은 메카트로닉스 정밀 제어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지닌 기업이다.

95년 설립 후 지난 2001년 성서 3차 단지에 공장을 준공한 아진엑스텍은 지난 2005년 초 펄스 출력형 모션 제어 주문형 반도체 설계(ASIC) 2종 출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다양한 모션제어칩을 개발해 왔다. 이 회사의 주요 연구분야는 고속분산제어기술, 개방형 시스템 설계 제작기술, 정밀모션 제어기술, 드라이버 엑추에이터 설계제작기술 등으로 모션제어칩 분야의 선두기업으로 자리 매김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초 옛 산업자원부의 부품소재 기술개발사업을 통해 개발한 고속, 고정밀 4축 모션제어 칩은 전량 일본에서 수입해 오던 제품을 처음으로 국산화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밀 모션 제어용 반도체칩(CAMC-QI)으로 개발된 이 제품은 펄스를 입력받는 모든 종류의 스텝, 서보 드라이버와 호환도 가능하다.

또 이에 앞서 개발된 프로피버스(Profibus-DP)방식을 채택한 고속 리모트 IO 모듈은 디지털 16 입력 및 출력 채널을 채택, 리모트 디지털 입출력 기기들을 고속으로 쉽게 네트워크로 연결해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제품이다.

아울러 아진엑스텍은 이달 안으로 총 4종의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 4년 동안 개발해온 이 제품은 △이더넷/IP 분산제어 시스템과 △RTEX 분산제어 시스템 △PLCWorks 독립형 제어기 △범용 이송 로봇 제어기 등이다.

이 가운데 이더넷/IP 분산제어 시스템은 최신 전용 칩세트가 장착돼 탁월한 모션제어 성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실시간 제어가 가능한 고속 스캔타입과 100Mbps 기반의 산업용 이더넷 표준 프로토콜을 지향하고 있다.

특히 통신의 안정성과 효과적인 유지보수로 반도체 장비, 디스플레이 장비분야에서 업계의 각광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PLCWorks 독립형 제어기는 산업용 실시간 모션 및 IO 제어기 제품으로 2축 및 4축 제어기의 두 가지 모델로 출시할 예정이다. 그 외 윈도 기반으로 기동되는 범용이송로봇제어기는 웨이퍼 및 LCD 이송에 최적화된 제품으로, 현재 국내 주요업체에서 시험가동 중이다.

김정신 이사는 “지난 2006년부터 중국과 싱가포르, 대만에 진출, 내달 본격적인 공급이 이뤄질 예정이고 내년에는 미국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며, “지난해 84억원에서 올해는 13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이후상 대구기계부품연구원장

성서산업단지는 한때 공작기계의 중심지였는데 최근 관련 기업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대구경북지역 기계부품업체들이 이제부터라도 기술개발에 매진하지 않으면 섬유산업의 전철을 밟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후상 대구기계부품연구원장은 “지역 기계부품업체들이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현재 국내에 파고드는 중국과 대만의 저가 기계부품들과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와 관련해 “현재 전기기계분야의 경우 중국에서 수입하는 비중이 더 높아졌다”며, “특히 공작기계는 국내 대기업들이 국산보다 중국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초 원장으로 취임한 이 원장은 이에 따라 “올 하반기에는 메카트로닉스부품산업화 지원을 통한 첨단산업화, 차세대 금형기술 혁신기반 구축사업 추진 등 연구개발지원역량의 고도화와 지역혁신주도 연구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계부품소재시험평가센터 운영을 통해 지난 2004년 이후 지금까지 4000여 업체에 1만6000여 건의 시험지원을 펼쳤습니다. 또 메카트로닉스부품산업화 사업으로는 올해 말까지 인프라구축을 마무리 짓고 기술개발지원과 성능 및 신뢰성 평가사업을 주요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그는 또 주요사업으로 “기계 및 자동차부품산업의 기술경쟁력 제고, 실용화를 위한 수탁과제의 성공적인 수행, 기계와 항공·소재산업의 기술개발 프로그램 추진, 신뢰성 쿠폰 지원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서산업단지가 첨단 메카트로닉스 산업의 중심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전환이 절실합니다. 연구원에서는 앞으로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기업들의 기술경쟁력 고도화를 지원하겠습니다.”

그러나 이 원장은 “현재 정부의 중소기업을 위한 연구개발 지원사업 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 지원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국가적인 톱브랜드사업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중소기업을 위한 기술개발지원에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